칼럼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

프란츠 슈베르트 (1797-1828)

음악과 계절은 대체로 별로 상관이 없지만, 계절을 특별히 타는 음악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추운 겨울에 들으면 더욱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바로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입니다. 80년대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분들은 이미숙과 강석우가 주연한 영화 ‘겨울 나그네’를 기억할 것입니다. 네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다룬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왔던 노래 ‘보리수’는 아직도 마음속에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빈 근교에서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서 11살에 지금의 빈소년합창단에 해당하는 빈 궁정소년합창단의 단원이 됩니다. 그러나 변성기가 시작되고 합창을 그만두게 되자 13살부터는 작곡을 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에 살아 있었던 베토벤의 음악을 접하고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하였으나, 그 꿈은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베토벤이 시작한 낭만파 음악의 물결은 슈베르트와 슈만, 멘델스존을 거치면서 무르익었습니다. 슈베르트의 많은 작품중에서 특별히 미완성 교향곡, 피아노 5중주 ‘송어’, 피아노곡 ‘방랑자 환상곡’, 그리고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에 맞게 600여곡의 가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는 한 번 악상이 떠오르면 신들린 사람처럼 오선지를 채웠습니다. 괴테의 시 ‘마왕’을 읽고 노래를 만드는데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머리 속에 쏟아져 나오는 멜로디를 주워담기에 바빴기에 결혼도 포기하고 학교에서의 안정된 직장생활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 많은 곡을 작곡하여도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돈을 버는 대로 친구와 사귀기 위하여 다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하여 ‘슈베르티아데’라는 음악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밤마다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낭송하고 문학을 토론하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대규모의 음악보다는 가곡이나 실내악 분야에서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바로 이 모임에서 연주를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게 ‘겨울 나그네’라고 알려져 있는 슈베르트의 가곡집 Die Winterreise는 우리 말로 번역하면 ‘겨울 여행’입니다. 가사를 쓴 이는 빌헬름 뮐러라고 하는 독일 시인입니다. 이 가곡집은 슈베르트의 서정성과 깊은 우수를 담고 있는 명곡으로서 그의 가곡들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모두 24곡을 담고 있는 이 연가곡집에서 ‘밤인사’, ‘보리수’, ‘봄의 꿈’과 같은 명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 둔 슈베르트는 집을 나와 친구의 집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지속하였으며, 오직 작곡으로 생업을 삼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일년에 몇번씩 거처를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그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것은 바로 친구를 따라서 사창가를 기웃거리다가 병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을 오가며 쓴 곡이 그의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그리고 ‘겨울 나그네’입니다. 슈베르트는 평생동안 겨울 나그네였습니다.
올 겨울 미국의 중서부는 유난히 어둡고 추운 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쓸쓸하고 암울한 겨울날과 같은 심정으로 음악을 만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래에 ‘겨울나그네’의 11번째 곡 ‘봄의 꿈’을 가사와 함께 실어 보냅니다. (아래QR코드 참조)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는 즐거운 봄의 꿈을 꾼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속삭이던 중 닭 우는 소리에 꿈을 깨고 나니 추운 겨울밤 혼자서 꿈의 애석함을 되새겨 본다.”

 

사진 : 화가 슈미트가 그린 ‘슈베르티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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