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절

뜨겁던 여름이 어느새 어디론가 물러갔다. 에어콘에 의지하고 있던때가 며칠전인것 같은데 비가 몇번 오고 나더니 밖에 나가면 어느새 썰렁하고 긴팔 셔츠가 생각나는 날씨로 바뀌어있다.누가 알겠는가? 변덕스러운 시카고 날씨, 이러다가 또 여름날씨가 쳐들어와 며칠 더운날이 있겠지.그러나 계절은 이미 성큼 9월에 들어와 있으니 7,8월같기야 할려고? 더우면 더운데로 써늘하면 그런데로 살아내면 될것을. 그저 흐르는 물같이 적응을 하는수밖에.여름살이 꽃들로 그득하던 꽃농장들과 자주 들르는 홈 디포의 디스플레이 주종목이 어느틈에 국화꽃들로 바뀐지가 꽤 된다.끝물의 풀죽은 다년초들이 세일딱지를 붙인체 주인을 기다리고.

예서 제서 애플픽킹이 시작되고 머지않아 단풍관광도 시작될테니 가을은 소리없이 찾아와 뒷뜰에 가득한 다년초들의 겨울나기를 채근하고 있다.화려하던 여름꽃들의 향연이 멎고, 몇남은 늦여름 꽃들이 수근수근 마지막 꽃들을 피어내고 있다.

계절은 흘러간다, 흐르는 물처럼 쉬임없이 끊임없이.
작은 계곡에서 시작하여 큰 냇물로, 장장한 강으로, 구비구비 돌며 깊어졌다가 얕아졌다가, 바윗돌에 치이기도하고 잠시 폭포가 되기도하며 흘러흘러 간다.

계절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물구비치듯이 이일 저일 겪으며 살아간다. 기쁜일 슬픈일, 절망스러운일등, 특별히 기억속에 남는 날들이 있는가하면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느릿한 강의 흐름같이 그냥 그리 흘러가는 수많은 날들이 있다.

나이 먹어가며 언제 어떤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달은 기억을 못해도 대체로 계절감으로 지난 일을 되짚어 내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생노병사라니, 지난 여름 75세로 생을 마감한 바로 위의 형과 9월 들어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82세 맞형의 소식이 스산한 가을바람같이 한국에서 날라왔다.위로 이미 몇년전에 세상을 떠난 2명의 형들이 있는데 5형제중의 막내인 나도 줄을 섰다는 느낌이 들이닥친다.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세상사가 어디 내뜻대로 되던가? 닥치면 닥치는게지.물처럼 흘러흘러 어디 가는데까지 가보는수밖에. 아무리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도

어느날 문득 무엇이 내몸 어디로 쳐들어 왔다고 하면 닥쳐서 견디고 겪어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죽음? 계절속에 일어나는 특별한 일, 그래서 기억되는 날중 하나가 되겠지.

꼭 무슨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사람이 어느정도 나이를 먹으면 살아온 경험과 경륜으로 그럴듯한 소리 한두마디쯤 할수있게 된다.
내게 있어 그 그럴듯한 소리는 “물흐르듯 살자”이다.흐르는 물은 멈춰 서게 할수가 없다.

아무리 둑을 높이 쌓아도 종국에는 넘쳐 흐르게 되어있다.부부간의 갈등, 자식과의 관계,밖에서 겪는 타인과의 부딪침,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살아가며 예측할수없이 닥치는 문제들이 많은데 예방이 가능한 경우는 드물다.그 일들이 생겨난 근원적인 요소가 바로 나 자신이기에.내 입장에서 내가 앉은 자리에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 그 나와 부딪치는 상대편도 그러할진데 어찌 쉽게 합치점이 나오겠는가? 세상사와 부딪치며 해결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가진 지식과 기준, 타고난 성격이 그 해결방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무엇이던 억지로 되는게 없으니 물흐르듯 유연하게 대처하는수밖에 없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자식문제가 그렇다. 내가 원하는 자식의 모습과 자식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를찐데 어거지로 자식을 휘어내려들면 갈등이 생기는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전공선택, 배우자선택,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자식과 싸우는 사람들을 꽤 보았다. 부모자식 지간이라고 다 좋질 않은것이 현실의 모습이다.계절이 바뀌면서 상황도 달라지고 생각도 변하므로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들도 있지만 어거지로 물을 막듯이 상황을 움켜쥐고 있으면 고인 물같이 썩게 마련인것을.

사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생성, 번성, 쇄락, 죽음으로 마감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적확히 보여주지 않는가? 계절이 바뀌며 옷을 갈아 입듯이 자신이 처해있는 절기에 따라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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