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르웨이의 낭만, 그리그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Grieg)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와 함께 북구라파를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과학자 아인스타인을 쏙 빼닮은 그는 노르웨이의 민족음악을 발전시킨 국민주의 작곡가이며, 우리들에게는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서쪽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베르겐이라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외교관 집안에서 자란 그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 부터 음악에 눈을 뜨게 되었지요. 어느날 방문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Ole Bull)은 그리그가 연주하는 피아노를 듣고 감동하여 독일 유학을 권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트롯가수 김호중도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하여 인생이 바뀌었듯이 그리그도 올레 불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작곡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그는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정통 낭만파 음악을 공부하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민족음악가 노르드라크 (Nordraak)를 만난 후에 국민주의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곳에서 사촌동생 니나와 결혼하고, 그녀에게 사랑이 담긴 멋진 노래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 선사합니다.

그리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피아노협주곡과 페르귄트 모음곡입니다. 피아노협주곡 A단조는 팀파니와 함께 웅장하게 시작하며, 곧이어 이어지는 애절한 피아노의 선율은 북유럽의 서정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2악장 아다지오는 6분의 연주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작곡한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충실한 작품으로 현재 전 세계 연주홀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연극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이 어느 날 그리그에게 연극용 음악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바로 자신의 희곡 ‘페르귄트 (Peer Gynt)’를 위한 음악입니다. 줄거리는 게으르고 허풍쟁이인 페르귄트의 일대기입니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연인 솔베이그가 있지만 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납치해 도망갑니다. 그는 산 속에서 마왕의 딸에게 반해서 놀다가 마왕에게 혼이 나기도 하지요. 전세계를 돌아다니다가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금을 가지고 귀국하던 중에 풍랑을 만나 모든 것을 잃게 되지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백발이 된 아내 솔베이그의 품에 안겨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페르귄트 모음곡’은 1번과 2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번은 ‘아침의 기분’,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그리고 ‘산속 마왕의 동굴에서’로 구성되어 있고, 2번은 ‘잉그리드의 탄식’, ‘아라비아의 춤’, ‘페르귄트의 귀향’, 그리고 ‘솔베이그의 노래’로 마칩니다. 이 마지막 노래는 영어식 발음으로 ‘솔베이지의 노래’라고도 합니다. 이 노래에서 백발의 솔베이그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이 그려집니다 (아래 QR코드 참조).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를 보다가 ‘솔베이그의 노래’가 여러번 나와서 반가왔는데, 특히 주먹이 최지우를 만나는 장면에서 나온 이 노래는 장면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이 곡외에도 1번의 ‘아침의 기분’은 TV광고나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죠. ‘페르귄트 모음곡’은 총 연주시간이 30분 정도여서 꼭 전체를 다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두 작품외에도 현악4중주 G단조, 홀베르그 모음곡, 피아노곡 ‘서정 소품곡집’이 유명합니다. 특히, 서정소품곡 5집중에 있는 ‘야상곡 (Notturno)’은 비가 오는 저녁에 들으면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아내 니나에게 바친 ‘그대를 사랑해’도 무척 분위기 있는 음악입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하여 예전의 봄같지는 않지만, 5월을 맞아 그리그의 음악으로 낭만의 아름다움을 누리기를 원합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