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방에서 ‘우주의 등대’를 발견하고 ‘희망의 등대’가 된 75세의 여성 천체물리학자

노벨상의 세 배 규모의 상금이 수여되는 과학상이 있습니다. ’21세기 노벨상,’ ‘실리콘밸리 노벨상’ 혹은 ‘과학의 아카데미상’ 으로도 불리우는 브레이크스루상 (Breakthrough Prize)입니다.

“지방 출신, 게다가 여자라는 변방의 조건들이
나를 끌어주는 동력이었습니다.”

2018년 브레이크스루상 (Breakthrough Prize) 물리학 특별상 부문을 수상하게 된 천체물리학자 조슬린 벨 버넬 박사(75세)의 말입니다. 그녀는 상금의 전액인 3백만 달러(노벨상의 3배 액수)를 여성, 소수민족, 난민 등의 변방인들이 물리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기부했습니다. 그녀 자신이 물리학계 내에서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물리학계 내 ‘무의식적인 편견’에 대응하고, 소수자들이 더 활발히 연구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소수자들은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을 대하게 되고 이것은 종종 매우 생산적이고 보통 많은 돌파구가 의외의 의견이나 입장에서부터 나옵니다.”

“위축되어 ‘가면증후군’에 시달리던
케임브리지 대학원 시절”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고 과학에 흥미를 보였던 벨 버넬 박사지만, 대학진학 능력 시험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일랜드에 살고있던 그녀의 부모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녀를 영국의 보딩스쿨에 보내는데 그 곳에서 그녀는 빛을 발하고 대학에 진학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원에서 천문학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케임브리지 대학원 시절 가면증후군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나는 여성이고, 북서 지방 (영국에서 변방 취급을 받던) 북아일랜드 출신인데 내 주변의 대부분은 남부 영어를 사용했다. 케임브리지에서 나는 소수였고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고 그 때를 회상합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은 원래 자격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을 기만하여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는 불안 심리입니다.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으며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져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는 것인데 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 중 75퍼센트가 알게 모르게 이를 겪고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케임브리지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렇게 대처했다고 합니다. “쫓겨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야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에게 죄책감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연구과정에서도 자료를 매우 조심스럽고 끈질기게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습관이 길러졌고, 이 버릇 덕분에 ‘펄서(PULSAR·맥동전파원)’라는 새로운 별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벨상은 그녀의 지도교수에게로 돌아가다

그녀는 ‘펄서’의 발견을 지도교수와 함께 논문으로 발표해 학계에 알렸고, 이는 획기적인 과학공로를 인정받아 6년 뒤인 1974년천문학계에 첫 노벨 물리학상을 안깁니다. 하지만 지도교수와 당시 연구가 진행되던 천문대의 초대 관장, 즉 두 명의 남성 학자만 상을 받고 정작 처음 ‘펄서’를 발견한 벨 버넬 박사는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돼 그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원생에게 노벨상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그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주의 등대’로 불리우는 ‘펄서’를 닮은 그녀의 삶

‘펄서’는 중성자별인데 크기가 샌프란시스코 만한데, 질량이 태양과 비슷해 밀도가 극히 높은 별로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회전하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빠르고 강력한 전파를 먼 곳까지 방출해 ‘우주의 등대’로 불리웁니다.

50년 전 “천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인정받는 발견을 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했지만 벨 버넬 박사는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착실히 이어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물리학회장, 에든버러 왕립학회장을 지내고 여성학자들의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 공헌해 여성 과학인들의 롤모델이 되어왔습니다. 그녀가 기부한 장학금은 앞으로 세계 곳곳까지 희망을 방출하는 ‘물리학계의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브레이크스루상’과 ‘노벨상’

‘브레이크스루상’은 breakthrough(획기적인, 새로운 지평을 여는)라는 뜻이 의미하듯 상식의 틀을 깨고 한계를 돌파해 새로운 지평을 연 과학적 연구에 주는 상입니다.

노벨상이 인류에 공헌한 사람의 평생 업적을 평가하는 과거보상형이라면, 브레이크상은 가능성이 높은 과학자를 지원해 더 큰 결과물을 내도록 돕는 미래투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상’은 2012년 유명 벤처투자자 유리 밀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등이 재원을 대서 제정했습니다. 상의 이름 못지않게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아 2016년에는 특별 기초물리학상이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에게 수여 되기도 했습니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합쳐질 때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기여한 전 세계 과학자들 모두의 업적을 인정한 것인데, 한국의 물리학자 9명도 포함되었습니다.

“아웃사이더였기에 지금까지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는 벨 버넬 박사의 말은 강력한 전파로 먼 곳까지 방출돼 변방인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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