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브루클린, 뉴욕 (Brooklyn, New York)

8일간의 뉴욕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정확히 얘기하자면 브루클린에 사는 딸아이 내외와 16개월 된 손녀, 매그놀리아와 시간을 같이보내고 왔다고 해야겠다.
아이는 낳아놓으면 잠간이라더니 아장아장 걷고 제법 말문을 연 아이가 할머니를 할미라고 똑 부러지게 부르고 마미, 대디를 정확히 발음하는 모양이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유모차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이! 하며 손을 흔들고 예쁜 스마일을 선사하니 누군들 귀엽다고 하지 않겠는가? 아이구 여기 저기서 돈내고 손주 자랑하라는 아우성이 들리네.
그만 해야지.

뉴욕이라고 하면 누구나 우선 맨해턴의 장대한 빌딩숲을 떠올린다. 그리고 맨해턴과 뉴욕을 동의어로 묶어버린다.그러나 맨해턴은 뉴욕주가 관장하는 총 5개의 행정 독립구중하나일뿐이다. 뉴욕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
딸아이가 사는 브루클린은 그 5개 관할지역중의 하나로 인구 270만의 방대한 지역이다.
맨해턴에서 맨해턴 브리지나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서 가게 되어있는데 맨해턴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고 북동쪽으로는 퀸즈와 연결되어 있다. 퀸즈에는 한인타운이 있어 한국식당들이 산재해있고 한국식품점들이 꽤있다.
맨해턴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많은 인구가 특히 젊은이들이 브루클린으로 이주하면서 브루클린은 시쳇말로 아주 핫한 지역이 되었다. 윌리암스버그같은 지역은 맨해턴의 첼시나 소호지역 같이 번화하고 비싼 지역이 되었다. 브루클린안에서도 물론 부유한 지역, 중산층지역, 가난한 지역이 있지만 뉴욕의 특성은 대체로 어떤 지역이나 흑백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점일게다.시카고와같이 흑백의 사는 지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뉴욕이 워낙 인종전시장같은 도시인지라 그렇기도 하지만 뉴욕사람들의 사고방식이 타도시에 비해 진취적이고 재빠르고 첨단도시의 사람들답게 인종차별에 유난스럽지를 않다는말이다. 하긴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으니 누가 누구를 차별하겠는가?

물론 멀찌감치 교외지역으로 나가면 그렇지도 않다고 롱아이랜드에 사는 사촌이 귀띰을 하긴 했지만. 아들아이가 뉴욕에 살때 브루클린의 좋은 지역에 아파트를 얻었다며 주인이 흑인이라고해서 공연히 마음이 불편했던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곳을 방문했는데 아랫층엔 주인이, 2층엔 우리 아이 부부가, 3층엔 주인의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파트는 항상 고요했고 동네가 안존하고 고풍스러워서 우리 부부의 마음에 들었는데 주인 아주머니도 점잖고 친절하였다. 해질 무렵이면 가스등이 켜지는 무드있는 동네(Prospect Heights)였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이 백인이었지만 심심치않게 흑인 주민들이 섞여있었다.매일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카고 남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촌사람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경험이었다. 딸아이가 사는 프로스펙트공원(Prospect Park) 지역도 흑백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580 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공원(맨해턴의Central Park가 780 에이커), 서북쪽은 브루클린의 부촌인 파크 슬로프(Park Slope)이고 공원의 남쪽은 중산층들이 사는 프로스펙트 래훨즈 가든(Prospect Lefferts Garden)이다. 공원의 동쪽 끝으로 브루클린 보타닉 가든이 있고 거기서 북쪽으로 좀 올라가면 120년의 역사를 가진 공립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내부가 거대하고 아름답다.

왜 이리 장황하게 브루클린 얘기를 꺼냈을까? 실은 거기서 갔던 한 월남식당 이야기를 보태려고 함이다. 어느 오후 딸아이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한참을 살벌한 동네로 지나가길래 여길 지나가면 무슨 그럴싸한 식당가가 나오려나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아니 털썩, 웬 공장이 즐비한 동네에 차를 세우는게 아닌가. 사위가 적막히 공장, 공장, 공장뿐인데 길건너 웬 허름한 공장건물에 “B”라는 깃발 스타일의 싸인만 달랑 붙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붉은 벽돌의 외벽엔 온통 그래휘리(Graffiti)가 가득해서 식당이라기보다 폐쇄된 공장같은 모습이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왼통 편치않은 낙서들로 그득하고 들어가니 웬 월남전 후의 피폐한 식당같이 예서 제서 모아온 싸구려 자재들로 꾸민 내부가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메뉴는 최소한 15불 이상이고 칵테일 한잔에도 15불이니 뉴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위치나 실내 꾸밈새에 비하면 싼 가격은 아니다.

음식은 글쎄 뭐랄까? 우리 김치속같은 무채범벅에 향신료를 뿌린 전채, 불어터진 소면같은 국수에 구운 왕새우 몇마리 얹고 상추와 오이 슬라이스,그것들을 쌈싸서 찍어먹을 소스, 야채국물에 말아내온 쌀국수(고기국물도 있다), 오클리를 잘게 썰어 다진 고기와 지져낸 요리, 또 몇가지 이름도 모를 음식들을 맛보며 주중 낮시간에 절반이상 들어찬(테이블이 15개쯤) 식당을 둘러보니 이 영양가 없는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있는 사람들이 신통하게 보였다. 딸아이 말로는 처음에는 다른 장소에서 테이블 2개로 목노주점같이 시작을 하였다고 한다.

길게 길게 밖에 늘어서서 기다리는 월남이민들이 많아져서 점점 소문이 나다보니 자연히 가게를 늘리게 되었다고.이 식당의 이름이 벙커(Bunker)이고 위치한곳이 부쉬위크(Bushwick)라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는 지역이다. 주말에는 정말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벙커라는 가게이름을 생각해 보시라. 전화에 휩싸인 월남전을 연상케하고 여기저기 창이 깨진 공장건물에 식당을 차려 손님을 끌어모으는 상술도 상술이려니와 그런 식당을 일부러 찾아와서 매상을 올려주는 사람들. 이 모두가 뉴욕이기에 브루클린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새로운것을 찾고 시도하고 맛보려는 뉴욕사람들의 진취성이 이런 장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리라. 시카고에도 요즘 여기 저기 월남식당들이 생기는데 꼭 내 취향은 아니라서 자주 가게 되지를 않는다.브로드웨이(Broadway)와 아가일(Argyle)을 중심으로 월남타운이 있는데 거기를 가면 월남인들이 하는 식당들이 꽤 있다. 그곳도 월남 사람들 미국 사람들로 주말이면 꽤 북적 되는데 기름지고 칼로리 넘치는 음식에 지친 미국인들이 영양가없는 음식을 찾게 되는것은 어찌보면, 갈때까지 가면 결국 회귀하게 된다고 하는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지?
차라리 미국에서 요즘 이혼율이 줄어들고 개발도상국이나 제 3 세계에서 이혼율이 상승한다고 하는 통계를 들이대면 내가 너무 제식으로 오버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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