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영화 신기원 세운 ‘기생충’

장하다 봉준호 쾌거

국민 영화 감독 봉준호의 작품 ‘기생충’ Parasite가 9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베스트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해 기염을 토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계 영화계를 정복한 기생충은 봉준호와 한국에 대사건이기도 하지만, 오스카와  할리우드 그리고 미국에도 큰 사건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프랑스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을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영화 전문가들이 몇 개 분야에서 강력한 수상 가능성을 점쳐왔다. 봉준호 감독은 폴란드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사회의식을 녹인 작품을 제작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한 때 생활고로 자살의 유혹을 받기도 했으며, 전 정권에 미움을 사고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고난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평소 건성으로 보던 아카데미 시상식을 올해는 작심하고 예의 주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TV를 시청했다.

유머와 휴머니티, 명연설

초장부터 각본상이 키아누 리브스로부터 봉준호 감독에게 전달되었다. 실로 큰 상 가능성을 예고하는 기분좋은 전조였다. 봉 감독은 장인정신에 투철하고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암시하듯이 치밀한 디테일에 강한 감독일 뿐만 아니라 유머와 휴머니즘을 지닌 스피커이기도 하다. 그는 통역을 대동하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상이다. 오늘밤 한잔 해야겠다”라고 첫 수상소감을 멋지게 발표했다.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엘렌 드제너레스는 “나는 그의 연설을 사랑한다”라고 극찬했다.

76회 골든 글로브 주연상 수상자이며 ‘그레이스 아나토미’에 출연한 한국계 캐나다인 여배우 ‘샌드라 오’는 열렬히 기립박수를 치면서 “한국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은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폴란드의 문신을 한 신부, 스페인의 페인 앤 글로브, 프랑스의 레미제라블, 북 마케도니아의 허니랜드 등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봉준호의 기생충이 당당히 영예의 수상을 한 것이다.

봉 감독이 다시 무대에 올라 ‘외국영화’로부터 ‘국제영화’로 이름이 바뀌고 처음 상을 받아 더더욱 의미가 깊다. 그는 영어로 “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tomorrow.”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시상식은 열기를 더해갔다. 드디어 감독상도 봉준호에게 돌아갔다.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이다” 영화 공부할 때 스승인 ‘마틴 스코세이지’의 책에서 배운 말이다. 스승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한 사람이 같은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 말이 끝나자 장내는 마틴에게 모두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보냈다. 봉 감독의 인품을 나타내는 참으로 감격적인 장면이었다. 봉 감독은 선의의 경쟁자였던 타란티노, 토드, 샘 등 모두 존경하는 멋진 감독이라고 격려의 인사말을 빼놓지 않았다. 봉 감독의 유머러스한 말은 이어졌다 “오스카가 허락하면 ‘택사스 전기톱’으로 이 트로피를 5개로 나누고 싶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감독상 봉준호’라고 호명하는 순간 고국의 84세 임택권 감독은 ‘온몸의 전율을 느꼈다”고, 후배의 쾌거를 기뻐했다.

환희와 배려의 할리우드 

증오와 분노의 국회 의사당

나는 여기서 일주일 전 미국 의사당의 장면이 겹첬다. 트럼프의 연두교서 때 말이다. 단상에 오른 트럼프는 손을 내미는 팰로시 여성 국회의장의 손이 무색하게 악수를 거절했다. 트럼프는 연설이 끝난 후 다시 내미는 그녀의 악수를 재차 거부했다. 팰로시 국회의장은 더 분노하여 비신사적인 트럼프의 면전에서 보란듯이 연설문을 표독스럽게 찢어버렸다. 2020년 2월, 국회의사당과 할리우드의 분위기는 이렇게 천지차이가 났다. 이야기가 곁으로 지나갔으니 다시 오스카 시상식으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이날 92회 오스카 베스트 영화 작품상이 발표되었다. 전설적 명배우 헨리 폰다의 딸 제인 폰다가 봉투를 열었다. “Best Picture—Parasite” 순간 장내가 떠나갈듯한 환호에 뒤덮였다. 100년 한국영화와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쓴 순간, 곽신애 제작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봉준호 감독, 송광호 등 배우일동, 스태프 등 20여 명이 모두 단상에 올라가 영화와도 같은 현실 앞에 얼싸안고 기뻐했다. 봉준호는 제작진에게 마이크를 양보하고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에 대한 배려가 멋지다.

꿈만같은 4관왕 신화

한국 예술 저력이 창조

기생충의 승리는 어느 날 갑자기 천재적인 감독 한 사람이 이룩한 산물이 아니다. 재력이 풍부한 삼성가 CJ그룹 부회장 이미경(이병철 회장 손녀)의 재정지원, 곽신애와 같은 튼튼한 제작진, 훌륭한 한국의 콘텐츠 파워, 무거운 주제를 능란하게 잘 처리한 영화의 귀재인 봉준호 감독의 열정과 실력, 송강호와 같은 명배우들, 각본 잘 쓴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 실력있는 스테프들의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한국 국민의 영화 사랑이다. 좀 잘된 영화는 1천만 명의 관람객을 돌파하기 일수다. 내수 진작이 어마어마하다. 통역사 샤론도 순발력있게 잘했다. 또 겸손한 봉 감독이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일제하에서도 우리 민족은 연극과 영화의 무대를 올렸다. 동족상잔으로 포연이 자욱한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연극과 영화를 즐겼다. 이와같은 선배들의 예술혼이 우리의 DNA속에 면면히 흘러내려와 마침내 봉준호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은 최은희 주연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아카데미 외국영화 부문에 출품했다. 후보에도 끼지 못했으나,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시대에 얼마나 과감한 투자였는지는 짐작할만 하다. 연출가 유치진과 이해랑은 영혼의 폭발에도 절제의 미가 있어야 하며, 끼와 열정뿐만 아니라 기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가르쳤다.

누가 진짜 기생충인가?

영화 기생충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다. 피카소의 그림같다. 끝 부분의 피투성이 장면과 살인은 끔찍하다. 기생충은 세계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경제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의 빈부격차 문제를 신랄한 풍자와 어두운 스릴러로 묘사해 세계 곳곳에 신드럼을 일으켰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송강호 4가족이 긴 계단을 내려가던 장면은, ‘반지하 방’이 상징하는 불평등을 드러내는 수직적 이미지를 표출했다. 여기에 진정 누가 기생충인가? 라는 시대적 공감을 이끌어 낸 주제에 대해 부유층이 보기엔 가난한 사람은 남한테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는 하찮은 기생충의 처지이고, 빗물이 새고 곰팽이 냄새 나는 반지하에 백수로 사는 빈자의 입장에선 부자 기득권층은 국가시스템과 자원을 독식하는 더 큰 기생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하위계급끼리 싸워봐야 상층으로 오를 수 없다는 절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이어령 선생은 기생충 영화는 흥부 놀부처럼 선한 주인공과 악당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있다고 풀이 했다. 애매한 해석이다.

봉준호 한국 5대 국보

검찰 개혁 마찰과 혼탁한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져 일상생활에 비상이 걸렸다. 여행과 출입을 자제해 경제마저 난관에 직면한 한국에 봉준호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소식은 가뭄에 단비처럼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마스크를 낀채 광장과 대합실에서 박수를 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기쁜 소식을 접하고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두 박수를 치면서 환영했다. 그리고 “국민께 자부심을 주고 용기를 줬다”고 치하했다. 중국 언론 매체는 한국에는 5대 보물이 있다고 부러워했다. 김연아, 방탄소년단(BTS), 손흥민(축구선수), 이상혁(프로게이머) 그리고 봉준호를 말한다. AP 통신은 기생충 수상은 ‘세계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BBC는 “기생충이 세계를 장악했다’고 했으며, 르몽드는 “한국문화가 한반도의 경계를 넘었다’고 썼다.

김구선생 강조한 문화

나는 한국문화의 금자탑인 ‘기생충 현상’을 보면서, 문득 김구선생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의 마지막 말이다. 상해 임시정부 주석 김구선생의 혜안에 다시 감복하게 된다.

시카고 타임스 주필

육길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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