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실망 안겨준 하노이2차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김정은 최악의 선택

지난 달 27일과 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대망의 2차북미정상회담은 우리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결렬됐다. 평소 별로 신뢰가 가지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지만, 두 정상이 ‘빅딜’이든지, ‘스몰딜’ 이든지 간에, ‘하노이 선언’은 꼭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노딜’(No Deal)이라는 최악의 악수 惡手를 두고 끝났다.

톱 다운(하향식) 담판의 결과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폐쇄와 함께 플러스 알파를 기대했으며, 북한은 미국이 민생경제를 위한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규제에 대한 ‘전면해제’를 원했다고 주장했고, 이용호 북한 외상은 오밤중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해제’를 바랐다고 상반된 의견을 피력 했다.

그런대 빅딜이 정 어렵다면, 북은 싱가포르회담에서 이미 약속한 대로 우선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리스트, 추가 핵시설 의혹이나 미사일 ICBM, 대량살상무기, 화학무기를 포함한 소위 ‘알파’는 타협을 좀더 했었드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는가? 김정은의 통 큰 양보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양국의 연락사무소 개소와 종전선언이라도 합의하고, 남북경협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문에 서명 했다면, 우리는 그런대로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측과 기대와는 너무 다르게, 두 정상은 허망하게 빈 손으로 돌아갔다. 웃으면서 헤어졌다고 했으나, ‘떠날 때는 말없이’ 냉냉하게 갈라섰다.

평양서 68시간 약 4,000Km나 되는 먼 길을 기차를 타고 하노이에 온 김정은의 얼굴은 굳어보였다. 회담 첫날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잘 나갔다.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귀뜸해 줄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이튿날 오전까지도 낙관적이었다.

협상과 술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

발단은 확대정상회담에서 산퉁이 났다. 모두발언 직후 잠시 기자들에게 회담 장소를 공개했는데, 이 때 기자들이 트럼프와 김정은 한테 질문공세를 폈다. 핵 담판이 잘 될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자유스런 질문에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례적인 대답을 하면서, 회담이 성공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덧붙였다. 어떤 기자는 회담 의제에서 금기시 되던 북한의 ‘인권’문제를 묻기도 했다. 트럼프가 “모든 사안이 논의 됐다”고 김정은을 대신해 대답 했다.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이 더 계속될 조짐을 보이자, 김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1분이 아쉬운 지경이다” 라며 기자들을 내 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사태는 급반전했다. 점심도 굶어가면서 설전 끝에 두 정상은 실무진이 써올린 합의문에 서명도 하지 않고 회담을 끝냈다.

누구도 결렬을 선언하거나,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회담은 결렬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 말도 없이 호텔로 돌아갔고,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기서 트럼프는 몇가지 회담 실패의 이유를 암시하는 내용을 밝혔다. 그는 우선 “빨리 하기 보다는 올바른 일을 하고 싶었다. 때로는 걸어나가야 한다” 라고 말하면서 “오늘 합의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술수에 능한 트럼프의 변덕이 재발한 것 같아 보였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실패했다 성공한 사례남겨

트럼프의 기자회견 내용 중 “Sometimes you have to walk”(때로는 걸어나가야 한다)는 말은 되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트럼프는 하노이에 오기전 파투를 내기 위한 의중을 갖고 있지나 않았는지? 의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국제 정상회담이 실패한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트럼프는 실패했으나 성공한 회담인 ‘레이캬비크’(Reykjavic)회담을 상기시켰다. 레이캬비크는 1944년 덴마크로 부터 독립한 아이슬랜드의 수도이다. 여기서 1986년 10월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미소정상의 군축회담이 열렸다. 2차정상회담 때, 합의가 이루어지 못하자 이들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14개월 뒤인1987년12월 워싱턴DC, 3차회담에서 사거리500-5,500km지상발사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중거리 핵조약에 서명, 냉전 종식의 전환점을 이룩했다. 어쩌면 레이캬비크 회담이 트럼프의 지침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하노이 회담 얼마전 부터 트럼프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비핵화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기 시작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합의 무산이 레이건과 고르비의 서로 양보로 결국은 회담이 성공했듯이, 북미회담도 더 크고 더 역사적인 합의를 낳으려는 산고 産苦 일지? 타이밍을 지켜볼 일이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은 실패하지 않는다. 실무진이 협의하고 조율한것을 문서화한 것이기 때문에. 정상간의 할일은 실무자들이 최종적으로 타결을 보지 못한 것, 즉 괄호( )로 남긴 부분을 논의해 채운후 요식절차인 싸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볼턴, 트럼프 악역 총대 매

일각에서는 27일 만찬장에도 안 보였던 볼턴 국가안전 보좌관이 다음날 가장 중요한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을 두고 불길한 조짐을 예견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 볼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일등공신이다. 강경 우파 중의 최강경 매파다. 북한을 ‘악의축’으로 이끈 인물이며, 북한에 선제타격을 주장한 인물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그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하노이 회담이 잘 성사되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 폐기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처럼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가기를 기원했다. 전쟁공포로 부터 해방되고 민생경제를 살려 점차 백성을 잘 살게 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또 김 위원장은 55년 전인 1964년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호치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의 국부로 존경받는 호치민의 애국심과 리더십도 학습하고 오기를 바랐다. 우선 북한의 급선무인 경제발전을 위해 베트남의 개방모델인 ‘도이모이’(DoiMoi=쇄신)를 벤치마킹 할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바람은 바로 그것이었다.

코언 청문회도 악재로 작용
미국 국내문제 타이밍 나빠

이번 2차북미회담서 볼턴효과 이외에, 미국의 복잡한 국내사정도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27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같은 날, 워싱턴 의회에서는 하원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당사자는 트럼프의 전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출석해 증언을 했다. 그는 한 때 트럼프의 심복 변호사였으나,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트럼프를 배신하고 청문회에 출석한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기분 나쁘고 불쾌한 사건이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탄핵을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사건이다. 러시아의 2016년 미대선 개입 스캔들, 힐러리에게 타격을 줄 해킹 이메일 공개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것. 트럼프와 섹스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입을 막기위해 돈을 지급했다는 지저분한 사실도 코언은 폭로 했다. 또 금융기관 자산증식 의혹, 탈세,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도 수시로 청문회 장면을 체크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심각한 딜을 하면서 집중해야할 정신력이 분산 되었을 것이다.

코언 변호사는 TV 매체들이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트럼프에 대해 신랄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racist)다. 사기꾼(conman)이다. 거짓말쟁이(cheat)다” 현직 대통령이 얻어먹은 욕이다. 역사적인 큰 회담에 장애물이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독설이 아니겠는가? 이런 판국에 만약 트럼프가 ‘영변+a’를 받아내지 못한체 북한제재를 대폭 완화 했다가는 귀국 후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니, 트럼프로서는 양보 보다는 차라리 빈손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비핵화 견해차가 핵심
숨 고르고 다시 시작하자

누가 뭐라 하더라도 2차 북미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탈북자들 이야기를 빌리자면 경제 제재를 완화해서 북한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북한 인민들의 염원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크나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전했다. 한국도 예상외의 결과에 놀랐다. 회담 당일까지만 해도 종전선언을 예견했고,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이후에 대비해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강력한 한미공조는 지속되어야 하겠으나, 내나라 내땅인 금강산 관광도 국제사회의 허락을 받아야하나? 자존심이 상한다. 초코파이 먹고 행복해 하던 불쌍한 북녘땅 형제들의 일터였던 개성공단의 조업 재개도 우리민족 끼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약소민족의 서러운 현실이 한 없이 부끄럽고 분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행여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감추고 로켓 발사대를 재건축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을 잃치 않을 것이다. 보수 야당도 엇박자로 차라리 잘 됐다고 재를 뿌리지 않았다. 보수 언론도 2차북미회담 결렬에 대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평화 프로세스는 계속 추진하되, 성급한 남북교류 사업은 재고 하자고 호소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만들자”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동안 평창 올림픽으로부터 판문점 선언, 평양회담, 두 차례 북미회담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는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안보 통일문제 만큼은 이념, 지역, 여야를 초월해, 정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어떤 난관에도 힘차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70년만에 하늘이 겨레에게 준 절호의 기회를 실기失機 해서야 되겠는가?

육길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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