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혼을 깨우는 소리 베토벤

연말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작곡가가 있는데 바로 베토벤입니다. 그 이유는 그가 12월에 태어났기도 하였지만, 해마다 12월에 전세계 오케스트라가 가장 많이 연주하는 곡중에 하나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기 때문입니다. 이 곡 못지않게 많이 연주되는 곡은 헨델의 ‘메시야’인데, 아무래도 이 곡은 기독교 국가에 한합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연말에 자주 연주되는 것은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환희의 송가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함이겠지요.

베토벤은 한 때 실패한 작곡가였습니다. 작곡가로서 가장 필요한 청각을 상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오늘날 베토벤의 걸작이라고 불리우는 많은 작품들이 그가 청각을 잃어가던 중에 혹은 상실하고 난 후에 작곡된 것입니다. 그는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바로 그 이유때문에 영혼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1802년 베토벤은 비엔나 근교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씁니다. 지나간 몇년간 청력이 서서히 악화되어 거의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이나 ‘카핑 베토벤’에서 큰 보청기를 쓰고 있는 베토벤을 볼 수 있습니다. 작곡가로서 자기가 만든 음악을 듣지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요? 그러나, 이 어려움보다 더욱 그를 괴롭힌 것은 자신의 음악에 관한 사람들의 평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저런 이상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결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당시에 작곡된 곡을 들여다보면 그가 얼마나 힘들었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을 들어 봅니다. 그 당시 외로웠던 베토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의 삶에 대한 비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가 유서 마지막에 남겼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음악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서를 써 놓고도 바로 죽지 않았습니다.

유서를 쓰고 난 후에 베토벤의 음악이 달라집니다. 죽기로 결심하면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나 봅니다. 하이든이나 모짜르트를 흉내내었던 것에서 베토벤 자신의 음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홉개의 교향곡중에서 1번과 2번은 하이든의 작품같았지만, 유서 이후에 쓴 교향곡 3번 ‘영웅’부터 베토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유서의 마지막 부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창작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내용을 적습니다.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면서 작곡한 곡들이 특별히 우리의 가슴을 적십니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그리고 14번 ‘월광’입니다. 이 곡들은 베토벤을 대표하는 명곡입니다. 또 그 당시에 베토벤은 그의 심오한 음악세계를 엿볼수 있는 현악4중주를 쓰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그는 교향곡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그리고 마침내 9번 ‘합창’을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물론, 그는 ‘운명’의 노크 소리도, ‘합창’의 환희의 송가도 듣지 못합니다.

베토벤은 한 평생 지독한 불행에 직면하여 살았습니다.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아버지의 잦은 구타와 학대아래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베토벤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모짜르트와 비교하여 베토벤을 폄하하였지만 그것도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음악가의 길로 접어들어 성공의 가도를 달리려는 순간에 찾아온 청력 상실도 그를 그만두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베토벤을 소재로 소설 ‘장 크리스토프’를 쓴 로맹 롤랭은 “만약에 하나님이 인류에게 범한 죄가 있다면 그것은 베토벤에게서 귀를 앗아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가 청각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이런 위대한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극이지만 사실 그것이 비극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베토벤은 인간 승리의 표본입니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삶으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를 음악의 성인, 혹은 악성(樂聖) 베토벤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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