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고층 건축물의 메카가 된 시카고

리차드 J. 데일리 시대 (8)

불현듯 1990년대 후반 동료 교수에게서 들었던 농담이 생각났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물론, 시어즈 타워’ ‘아니, 아니, 시어즈 타워는 시카고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동료 교수가 너털웃음과 함께 해준 설명은, ‘시카고 사람들은 세계보다 시카고가 한 급 상위 라고 생각해. 이 신념에 초를 치는 사람이나 사건을 만나면 엄청 열불을 내곤 하지. 당신은 시카고를 몰라도 너무 몰라 하면서’ 이었다. 기막혀! 웃겨! 하면서도, 흠! 했었던 기억이 있는 데, 오늘은 필자도 이런 시카고 사람 흉내 내어 볼 가? 싶어졌다.

건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2018년 현재 미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층 빌딩 8 개는 어디에 있는 어느 빌딩? 물으면, 선뜻 답을 하실 수 있는 분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또한, 2, 3, 6, 8번 째로 높은 빌딩 4개가 시카고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까? 이 중에, 최근 그러니까 21세기에 세워진 트럼프 타워를 제외하면 3개의 고층 빌딩이 (아버지) 데일리 시대에 건축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실 가? 데일리 시대에 세워진 초고층 3개의 빌딩은; 1969년 준공된 존 핸콕 (John Hancock)빌딩, 1973년 오픈한 시어즈 (Sears) 타워와 1974년 스탠다드 오일 (Standard Oil)로 세워진 아모코(Amoco빌딩이다. 오늘은 이 3개의 빌딩에 대해 살펴보아 시카고가 초고층 건축물 (super-tall skyscraper)의 메카가 되었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우선: 최근까지 지속된 ‘건축의 메카, 시카고’ 명성은 1871년 시카고 대 화재의 2번째 복구 시기인 1880-1895년에 시작된 사실을 기억하자. 대화재로 폐허가 된 시카고는 7년이란 공백을 두고 2번에 걸쳐 재건되었는데, 특히 2번째 복구 시기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건축가들이 따근 따근한 최신 건축기술을 이용하여 가진 재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게 자본을 대어 주며 건축가들에게 자유를 허용했던 시카고의 돈 줄 (new monies)의 선견지명에 찬사를 보내야 하지. 여하튼, 미국 Skyscraper (고층 건물)의 효시는 1885년 시카고 다운타운에 세워진 William Le Baron Jenney의Home Insurance 빌딩인데, 19세기 말 시카고에는 오디토리움 빌딩 등 많은 참신한 건축기술을 사용한 고층 건물들이 세워졌었다. 오죽하면, 아직도 변방(?)이었던 시카고의 일(1) 개 빌딩 준공식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을 하였을까? 오늘 살필 건축물들은, 19세기 말의 고층 건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훨씬 더 높은 초고층 빌딩 (Super-tall skyscraper)이다.

이미 언급한 아버지 데일리 시대에 준공된 초고층 빌딩 중에 가장 먼저 오픈한 것은 시카고의 최고급 쇼핑가인 미시간 애비뉴의 the Magnificent Mile 끝 자락인 875노스 미시간 (North Michigan)에 세워진 100 층, 1,128 피트 높이의 존 핸콕 (John Hancock) 센터이다. 꼭대기의 안테나까지 계산하면 1,500 피트 높이. 건축 시작은 1964년이고, 건축 중단과 착공 회사 파산 같은 우여곡절의 역사를 치르며 이 빌딩이 1968년 5월 6일 꼭대기 층이 올려졌을 때에는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빌딩이었다. 이 빌딩은 처음부터 44층부터 92층 까지는 개인 주거용으로 계획되어 700동의 콘도 (condominium)가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개인 주거용 건물이지만, 오픈할 때에는 세계 최대 개인 주거용 supertall skyscraper이었다. 94층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38초 밖에 걸리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가 있고, 95층의 식당은 전망 좋기로 유명하다. 한번쯤은 방문객을 전망대 (360 시카고)와 95층의 식당 (Signature Rm) 로 모시는 것도 좋다.

건축의 expressionist 스타일로 가장 유명하다는 존 핸콕 빌딩 앞에 서서 올려다 보느라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X 자로 감싼 외관이다. 필요 없을 듯한 이 X자 철근은 무엇이지? 숨겨져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설명을 들으니, 이것이 바로 tubular system의 일부. 지진이나 강풍같은 것에 가장 잘 대응하는 초고층 건축 양식이라 한다. 그렇구나! 하지만, 필자같은 문외한은 그렇다 하니, 그런 가 보다 할 뿐.

두 번째로 준공된 것이 시어즈 타워이다. 2009년 윌리스 그룹이 건물을 구매하여 공식 이름은 윌리스 타워(Willis) 이지만, 시카고 주민들은 시어즈 타워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잘 아는 대로, 시어즈(Sears, Roebuck & Co.)는 1892년 시카고에서 mail-order로 시작해서 성장한 회사이다. 1969년이 되면, 세계 최대 소매 (retail) 회사로 전 세계에서 35만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물론 본부는 시카고. 시카고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던 시어즈 인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아이디어의 진원지는 시어즈의 CEO 멧칼프 (Gordon Metcalf). 그의 말 대로, “세계 최대 (소매) 회사이니, 세계 최대 본부 건물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Being the largest retailer in the world, we thought we should have the largest headquarters in the world)” 이지.
1970년 시공하여 1973년 5월 3일 꼭대기를 올렸으니 공사는 핸콕 빌딩과 비교하면 순조로웠다하겠는데, 그래도 1972년 3월 17일 레익 카운티, 그리고 3월 28일 노스브룩, 스코키와 디어필드 시가 건물이 67층을 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67층이 넘으면 TV 리셉션이 잘 안되어서, 자신들의 TV시청권리가 침해된다는 것. 이것은 또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 싶은데, 1972년 5월 17일 처음 소송이 기각되자 일리노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그들은 꽤 진지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비즈니스가 우선인 시카고인데… 일리노이 대법원에서도 이들의 소송을 신속히 기각했다. 그래서 별 문제없이 완공된 건물 높이는 110 층, 1,450 피트. 안테나 끝까지는 1,730 피트. 다운타운 북서쪽의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 를 잠간 고려하였지만 낙찰된 곳은 현재의 233 S. Wacker (사우스 웨커) 드라이브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층건물이 별로 없던 다운타운 서쪽이다. 1973년 5월 3일 준공식에서 (아버지) 데일리가 ‘다른 회사들은 시카고를 떠나기에 급급한데, 시어즈는 다운타운에 남아있어 너무 고맙다’ 했다.

좀 떨어져서 찍은 사진을 보면 확연히 보이는데, 시어즈 타워는 각기 독립된 건물같은 9개의 ‘튜브’가 모여진 건물이다. 50층까지는 9개 튜브가 다 올라가고, 51층부터 66층까지는 북서쪽과 남동쪽의 튜브를 제외한 7개가, 67층 부터 90층 까지는 북동쪽과 남서쪽의 튜브를 제외한 5개 튜브가 올라가고, 91층부터 108층 까지는 중앙과 서쪽에 남아있던 튜브 2개가 올라간다. 마치, 어느 정도의 높이가 되면 한 튜브씩 잘라내어 계단을 만든 형국이다. 모든 것이 완공된 1975년부터 1998년까지 세계 최고의 고층 건물이었다.

세 번째로 완공된 건물은, 200 E. 랜돌프에 1974년 세워진 아모코 (Amoco)빌딩이다. 83층, 1,136피트의 이 건물의 처음 이름은 스탠다드 오일 (Standard Oil) 빌딩. 1985년 스탠다드 오일 회사가 아모코로 개명하니까 자연히 아모코 빌딩이 되었는 데, 1999년 12월30일부터 Aon (에이온) 빌딩으로 불리운다. 밀레니움 팍 바로 북서쪽에 있는 반듯하게 긴 직사각형 상자같은 모습의 이 건물은 대리석 외관이 장관이다. 1974년부터 시어즈 타워가 완전히 끝나는 1975년 까지는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건물,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건물이었고, 아직도 대리석 외관 건물로는 세계 최고이다. 1990-92년 간 외관에 사용한 이탈리안 대리석을 다른 대리석으로 완전 교체하느라 돈 좀 들였지만, 밀레니엄 팍이나 미술관에서 내다본 이 건물은 하얀 대리석 외관이 심플하면서도 주위를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시카고가 최고층 건축물의 메카가 되어지는 기간, 아버지 데일리는 두 번의 시장 선거를 치렀다, 특히 심장마비를 앓고 난 1년 후인 1975년 시장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불패/무적(invincible) 데일리의 명성을 얻었다.

아뿔사! 데일리는 1976년 말에 갑자기 사망하여 시카고를 혼란으로 빠트린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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