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혁명속에서 피어난 꽃 ‘쇼스타코비치’

80년대에 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고전음악을 좋아하였던 유기화학 교수님이 강단에서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에 관한 음악인데 대한민국에서는 들을 수 없는 금지곡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의 우리나라는 반공이 투철한 시기여서 공산주의에 관한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정말로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담긴 카세트테이프가 은밀히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을 못 하게 하면 더욱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후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일부러 더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들었던 서양음악 그리고 차이코프스키로 대표할 수 있는 러시아 음악과 달리 그의 음악은 어둡고 음산한 부분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15개의 교향곡의 대부분은 느리고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타악기와 관악기를 총동원하여 에너지를 쏟아내는데 바로 이 때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것이 그의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교향곡 5번의 4악장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마음이 후련해 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1906년에 그 당시 러시아의 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측량공무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세남매의 둘째로 태어납니다. 아홉살에 어머니로 부터 피아노를 배운지 2년만에 바흐의 평균율 전곡을 연주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대단하였다고 합니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해리 포터’를 쏙 빼닮았던 천재 소년은 작곡도 시작하여 11살의 나이에 ‘혁명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장송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아마도 1917년에 있었던 2월 혁명을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다고 생각하는데, 11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해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천재성과 조숙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러시아가 공산화 되어 가는 중에 많은 예술가들이 서방으로 탈출하였지만, 쇼스타코비치는 조국을 떠나지 않고 살아남았던 예술가중의 한 명입니다. 소련의 음악가로 지내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마음껏 하고 싶은 창작을 하다가도 숙청의 위기가 오면 공산당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예술가로서의 양심을 지키고 싶은 자의식 사이에서 번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1934년에 초연된 그의 두번째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으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여주인공 카테리나는 하인 세르게이와 혼외정사에 빠지고 자신의 몸을 탐하던 시아버지를 독살합니다. 급기야 세르게이와 짜고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남편도 살해합니다.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많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지만, 쇼스타코비치는 이 오페라에서 시아버지로 그려지는 제정 러시아의 부농계층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년동안의 대흥행 이후에, 스탈린의 혹평으로 쇼스타코비치는 궁지에 몰리게 되고 오페라 공연은 중지되고 맙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영화 ‘Gadfly’를 위해 작곡한 ‘로망스’, 그리고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중에서 ‘왈츠2’입니다. ‘왈츠2’는 영화에도 많이 삽입이 되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아이즈 와이드 셧’을 비롯해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텔미섬딩’등에 사용되어 많은 사람의 귀에 친숙한 곡입니다. (아래 QR 코드를 열면, 여러 영화에서 편집한 ‘왈츠 2’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 심포니가 9월 21- 25일, 시즌 첫 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3번 ‘바비야르(Babi Yar)’을 연주합니다. 바비야르는 우크라이나의 도시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수십만명의 유대인들이 처형된 곳입니다.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시인 예프투센코가 쓴 ‘바비야르’라는 시를 중심으로 베이스 솔로와 합창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합니다.
이 곡은 반유대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출세에 사로잡혀 해학을 잃어버린 인간의 마음의 병과 보편적인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문턱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으로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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