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세기의 아이돌 스타 파가니니

요즘, 한국의 아이돌 스타, 특히 미국에서 방탄소년단 (BTS)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입니다. 표를 사기위해 전날부터 매표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기도 하고, 공연도중에 너무 감격하여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인터넷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200여년 전의 일입니다. 바로, ‘역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진 니콜로 파가니니입니다.

파가니니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화려한 테크닉때문에 악마가 따라다닌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 대가로 불세출의 연주력을 얻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은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파가니니 스스로 퍼뜨리고 다닌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작곡도 하여 바이올린 음악중에서 가장 어려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연주를 직접 목격한 피아니스트중에서 그를 모방하여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된 사람이 바로 프란츠 리스트(1811-1886)였습니다.

1817년에 파가니니는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24개의 카프리스’를 작곡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 마지막곡인 24번이죠. 처음에는 정말 단순한 음으로 시작하는데 점점 어려워져서, 왼손 피치카토, 하모닉스 등의 어려운 기교를 총망라한 작품입니다. 이 곡은 나중에 브람스의 ‘파가니니주제의 의한 연습곡’,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 연습곡’,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인한 광시곡’으로 재 탄생합니다. 한 사람의 음악이 얼마나 다른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가니니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가 2013년에 개봉되었습니다. 과연, 그 당시 유럽 여성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았아버린 그의 연주를 실감나게 표현한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파가니니와 유사한 외모에 바이올린 실력을 겸비한 사람을 찾아야 했느데, 바로 1980년생 독일 바이올린 신동 데이빗 가렛이 캐스팅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 포스터에는 ‘모든 남자가 증오했고, 모든 여자가 사랑한 남자!’라는 멋있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19세기가 시작될 무렵, 나폴레옹이 마침내 이탈리아를 침공하였습니다. 파가니니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나폴레옹 소나타’를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었던 엘리자는 전 유럽여성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 파가니니를 독차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녀는 파가니니를 그의 능력과는 상관없는 근위대장으로 임명하였죠. 바이올리니스트가 갑자기 왕가의 경호대장이 되었습니다. 얼마간 같이 지냈던 엘리자는 파가니니의 연주에 자주 실신하였고, 그 이유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그녀는 결국 그를 포기하고 다른 여인에게 양보하였는데, 바로 그를 차지한 여인은 그녀의 동생인 파울린이었습니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타연주에도 꽤 관심이 있었습니다. 자연히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곡도 많이 작곡하였지요. 한국 드라마에도 파가니니의 음악이 종종 쓰여졌는데, 그 중에 하나가 1995년에 시청률 64%를 넘기며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모래시계’입니다. 고현정을 대스타로 만든 드라마였죠. 그녀는 최민수를 사랑한 혜린역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혜린의 테마’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6번’이 사용되었습니다. (아래 QR 코드 참조) 이 곡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 멜로디는 우연히도 가수 태진아의 ‘미안미안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곡중에서 ‘칸타빌레 (Cantabile)’도 많이 사랑받는 곡입니다. 기타의 잔잔한 반주속에서 바이올린이 아주 우아하게 연주됩니다. 브람스의 음악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파가니니의 음악도 브람스 못지않게 가을을 보내며 듣기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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