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돌아봄과 바라봄 그리고 돌 봄 속의 한반도 평화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테리이고, 오늘은 선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재’도 present, ‘선물’도 present라 표현한다.” 코카콜라 회사 전 최고 경영자, 더글라스 태프트 가 퇴직을 앞두고 오래 전에 한 말이다. 그의 말 대로, ‘오늘’은 신이 나에게 베푼 기회라는 선물이며 또한 삶의 과제이기도 하다. 오늘이라는 삶의 과제에 ‘평화’라는 말을 대입해 본다. 특히 한반도 평화는 한 민족에게 주어진 70년동안 풀어놓지 못한 역사적 과제이다. 2019년 새해를 맞았다.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갈 지도 몰라 길을 헤매게 된다.

2018년을 돌아봄

2017년 말 한반도의 정세는 예측불허한 초긴장 상태였다. 북한은 계속적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미국은 북한에게 여러 차례 경고하였다. 그 경고를 무시하자 미국은 마침내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 함의 뱃머리를 한반도로 돌렸다. 이를 알아차린 중국은 시닝에 있던,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춘, 이지스 함을 한반도 서해로 출동하여 실탄훈련을 벌였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반도엔 유사전쟁훈련과 같은 긴장감이 돌았다.

2017년도와는 달리 2018년은, 벽두부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전쟁을 불러올 듯했던 먹구름은 말끔히 걷히고 남북관계는 평화의 무드로 바뀌었다.

2018년은 남북 간의 정상 회담을 세 차례나 갖게 된 획기적인 해였다. 4월 27일에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이 선포되었고, 비무장지대는 실질적 평화지대로 바뀌었다. 비무장지대에는 남북한의 병력 6000명이 전방초소 200여곳 안에서 기관총, 박격포 등 중화기로 무장하고 상주하고 있는, 언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았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 이후로 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화 하기 위해 남북 쌍방 전방 초소들은 철수되었다. 전방초소(GP) 철거로 한반도평화의 실질적 접근이며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분명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얼마전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이 지난 해 북한 개성 판문 역에서 열렸다. 그동안 얼었던 몸에 따듯한 피가 도는 것 같았다.

2019년을 새로운 사고로
바라봄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그 핵심이 있다. 문제의 핵심을 찾아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식을 측면적 사고(lateral Thinking)라 부른다. 이 방법을 고안해 낸 사람은 에드워드 드 보노의 (Edward de Bono)이다.

어느 날 보노는 뉴욕 맨해튼 거리에 있는 고층건물 주인으로부터 문제해결 요청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다. 그 건물은 30여층 밖에 안 되는 오래 된 건물인데, 최근에 지은 뉴욕 마천루의 빌딩에 비해 건물 입주자를 계속 유지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엘리베이터 사용자들이 계속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한참 바쁠 때는 5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입주자들의 불평이 많다. 그동안 여러 각도로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를 해 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다시 바꾸는 일인데, 그 일엔 공사비용도 많이 들고, 공사기간도 많이 걸리며 공사기간 동안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다시 찾아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보노는 비즈니스 맨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각 층의 엘리베이터 앞에 커다란 거울을 설치하게 하였다. 비즈니스 맨들은 스케줄에 얽매어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똑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야하는 권태로운 생활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몇 분이라도 짜증이 난 것이다. 그들에겐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그 앞에 선 순간 갑자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집에서 급히 시간 맞춰 나오느라 제대로 거울도 못 보고 나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순간 옷 매무새를 바로잡고 얼굴 화장도 살짝 고치는데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게 함으로 문제 해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평양회담 이후 신나게 속도를 내어 신나게 달리던 남북의 평화 플랜은 유엔제재라는 속도제한 경고지점을 통과하면서 정체하다시피 서서히 움직이게 되었다. 이러다가 2019년의 과제인, 북미 2차 회담,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프란체스코 교황의 평양방문 등의 중요한 계획들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최악엔 북한 미핵화는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남북간 긴장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 생각도 든다. 2019년의 과제는 누구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들 과제보다 남북평화 이슈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와 그 해결방안은 우리 안에 있다.
한반도 평화의 심층적 문제는
화해이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가지고 북미간의 협상은 딜레마에 걸려있다. 북한은 우리가 바꾼 만큼, 제재를 풀라고 주장하나,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는 한 북한 제재는 풀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우리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양 국가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는데 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믿지 못하는 문제는 아직 양국간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과 북한관의 관계에서도, 남한과 북한 간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포옹하는 제스처는 보았지만, 구두로 표현하는 서로의 잘 못을 인정하고 용서하는 일은 없었다. 6.25동란 이후 쌓여왔던 적개심, 6.25 동란으로 인한 죽음과 비극, 그 아픈 상처와 트라우마를 해결할 화해가 아직 이루어지지않았다는데 북한의 비핵화 선언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남북간의 화해가 없는 평화는 표피적인 평화이다. 진정한 화해만이 70년 동안 남북간에 쌓여왔던 한과 갈등과 적개심을 풀 수 있는 해결이다. 화해는 민족에게 주어진 70년동안 풀어놓지 못한 역사적 과제로 지녀왔다.

흔히 군사적으로 평화를 말 할 때, 적대시하는 국가끼리 팽팽한 힘의 균형 때문에 긴장은 있으나 감히 싸움을 시도할 수 없는 전쟁이 부재한 상태를 평화라 한다면, 이것은 소극적 평화 또는 피상적 평화이다. 그러나 가상 적대국과의 교류와 신뢰구축을 통한 위협의 해소를 적극적 평화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궁극적 평화이다.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군비를 높이면 그만큼 이 쪽도 군비를 높여야 한다. 이것이 그동안 남북간의 전쟁없이 대치하던 방법이었다. 상대방이 핵이 있으면 이쪽도 핵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화해는 적극적인 평화이고 본질적인 평화이다. 화해가 없는 한 신뢰는 없다.

남북평화를 위한 돌봄

남북평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있다. 돌보는 일이다. ‘본다’는 말에는 눈으로 보는 것 외에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참여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시장 보러 간다’고 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을 의미하기 보다는 경험해 보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맞선 본다는 말도 그렇다. 사람을 눈으로만 보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대화하고 만나본다는 뜻이다. 평화도 마찬가지다. 평화에도 돌 봄이 필요하다. 영어로는 돌봄을 care라고 한다. ‘아기를 본다’는 일은 눈으로 쳐다보는 일이 아니라, 곁에서 아기를 보살피는 일이다. 돌 본다는 일은 작은 일 같으나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영어로 잘 가라는 말도 “Take care”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cure라 하는데 이 말도 보살피다는 care에서 나왔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그는 많은 고통받는 사람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프란체스코 교황은 부활절을 앞두고 이탈리아 수도 로마 근교의 난민수용소를 방문했다. 그는 그 날 수용소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힌두교 교도 난민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거행하면서, 우리 모두는 신의 자녀라고 말했다.

그가 평양을 방문한다는 데는 많은 의미가 있다. 평양의 불쌍한 사람들도 돌보겠다는 그의 뜻일 것이다. 그리고 평양에 평화를 깃들도록 축복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것이 냉대받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한 버려진 자들을 돌보는 성직자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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