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만약, 당신이 내일 중요한 시험을 치루게 되는데 그 시험에 합격을 하면,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당신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와서 그 정답을 알려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당신은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그 정답을 얻기위해 동분서주할 것입니다. 이것이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의 모티브입니다.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는 서곡과 3막에 나오는 ‘사냥꾼의 합창’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서곡에서 네개의 호른으로 시작하는 주제는 교회 찬송가 ‘내 주여 뜻대로’의 가락으로 불리워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지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확고한 기반을 마련한 베버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거쳐 바그너로 이어지는 독일 오페라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피아노곡 ‘무도회의 권유’로 유명한 베버는 베토벤과 동시대에 살았던 독일 작곡가입니다. ‘무도회의 권유’는 아내 카롤리네에게 헌정된 곡으로서 나중에 베를리오즈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어 더 유명해 집니다. 베버의 가계도를 보면 아주 중요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사촌 여동생인 콘스탄체 베버는 바로 모차르트의 부인이었습니다.

다시 오페라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이 오페라는 독일 오페라의 주 소재인 선과 악의 대결속에서 악인은 벌을 받게되고, 선한 사람의 잠깐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모차르트가 이미 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사용했듯이 베버도 대사를 레시타티브가 아닌 말로 이야기하는 ‘징슈필(Singspiel)’형식을 채택하였습니다.

오페라는 사냥꾼 막스가 농부 킬리안과 벌인 사격 시합으로 시작하는데 이 시합에서 막스는 한 발도 맞추지 못하고 킬리안에게 지고 맙니다. 전문 사냥꾼이 사격을 취미로 하는 농부에게 진다는 것은 정말 치욕적인 것이었죠. 더우기 막스는 다음 날 벌어지는 정식 사냥대회에서 이겨야만 자기가 원하는 여자와 결혼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바로 유혹이 찾아옵니다.

사악한 사냥꾼 카스파르는 이런 처지에 있는 막스에게 찾아와서 전설로 전해져온 백발백중의 마탄(magic bullets)을 가지고 내일 대회에서 이기라고 유혹합니다. 악마의 하수인인 카스파르는 이런 막스의 사정을 이용하여 그를 악마에게 팔아넘기려 합니다. 악마와 계약을 맺고 마탄을 사용해 온 카스파르는 계약기간이 끝나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자 자기를 대신하여 지옥으로 갈 희생제물을 찾고 있었지요. 카스파르는 늑대골짜기로 막스를 불러내고, 악마의 힘을 빌어 마탄을 제조합니다.
네발를 쏘아야하는 사냥대회에서 마탄 덕분에 다시 명사수가 된 막스는 사격대회에서 먼저 세발을 명중합니다. 마지막 한 발은 날아가는 비둘기를 맞추어야 하는데 결국 비둘기가 아닌 자기가 결혼할 여자인 아가테를 겨누게 됩니다. “쏘지 말아요”라는 여자의 말에 마탄은 숨어서 동정을 살피던 카스파르를 맞추게 됩니다. 결국 악인이 죽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것이 밝혀져서 막스가 마탄을 사용한 것이 들통이 납니다. 이에 대노한 영주는 그를 추방하라고 명하지만, 그 때 은자가 나타나서 그의 죄를 용서하도록 당부합니다. 성자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서 영주는 마침내 관용을 베풉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부르는 감사와 기쁨의 6중창으로 오페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은 많은 경우에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지요. 최근에 고등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 시험 답안지를 미리 빼내어 전교 수석을 만든 사건도 이 오페라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만, 이 오페라의 교훈은 선한 사람의 한 번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악인의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악행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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