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신과 불확실성 시대의 도전

12월을 보내며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은 우수에 잠기는 쓸쓸한 달이다. 이 달은 우선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주는 허무함, 지나간 것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세월이 화살처럼 빨리 달려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도 있다. 흐르는 세월이 아쉬워 공자님도 강가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고 한다. 밝은 낮은 짧고, 어두운 밤은 너무 길다. 연중 밤이 제일 긴 동지가 이 달에 있어 우울함을 더해준다. 엄동설한이 엄습하니 붙잡고 싶지 않다. 빨리 보내고 싶은 달이다.

“그 검은 달, 한해의 맨 밑바닥의 어두운 구멍인 12월”이라고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에서 표현했다. 영국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봄을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조급한 걸음걸이로 겨울의 모퉁이를 돌아간다. 하늘빛 조차 우수의 빛갈로 칠해져 있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더욱 썰렁한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는 계절, 우리들의 이웃 사랑은 벌써 툰드라 지역처럼 얼어붙었다. 그래서 그 종소리의 메아리는 눈발을 쓸고가는 바람처럼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2천 년 전 12월 25일 어두움이 가장 긴 날 예루살렘, 그것도 제일 궁색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님의 탄생을 환영하고 축하하는 크리스마스가 있기에 우리는 큰 위로를 받는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신 임마누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날을 ‘해피 할러데이’라고 부르고, 신자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 엄숙해야할 이날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샤핑에 정신없고, 먹고 마시고 들떠서 흥청망청 노는 것에 대한 반성도 없지 않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예배와 기도를 드리고, 노스텔지어를 자아내는 캐럴을 함께 즐기고, 한 참 못 만났던 벗들에게 카드를 보내거나 전화 한통이라도 걸어보는 것이야 말로 이 절기 해야할 일이 아니겠는가? 어려운 처지의 병자를 위문하고 노숙자를 비롯해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 또한 우리들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헤아려 보면 세상은 원망 뿐만은 아니다. 그런대로 호호 손을 불며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도 있고, 때로는 숨겨둔 미담도 그리운 이가 보낸 연하장처럼 찾아들 것이니, 세상은 멀리 봐야할 일이고 참고 기다려야 할것 같다. 성탄절 미사에서 주교님이 강조한 강론이 가슴을 울린다. 성녀 데레사 수녀님이 말한 만남의 가난, 소통의 가난, 용서의 가난, 사랑의 가난을 덜어내는 믿음을 심어야 겠다는 내용이다. 세모의 언덕에서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세모에 악재들 속출

한 해를 잘 넘기려는 순간 세모에, 인도네시아에는 쓰나미로 인해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 했다. 예고 없이 닥쳐 희생자가 더 늘었다고 한다. 천재지변이 닥칠 때 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편 2018년 올해 미국은 인재로 인한 ‘쓰나미’가 경제를 뒤엎었다. 19일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 이사회는 이자율을 0.25포인트 올렸다. 그 여파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24일 뉴욕 증시는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증시 상승)는 커녕,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논의와 맞물려, 다우지수는 약 3%인 653포인트나 폭락, 2008년 이래 사상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 거래를 기록했다. 연일 베어마켓으로 치달리는 다우는 2만 3천선도 무너지고 말았다. 은퇴 자금을 위해 투자한 중산층 국민의 실망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기가 막힌 일이다. 트럼프는 이 결과를 자신의 충고를 듣지 않고 이자율을 올린 파월 연준 의장의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자극해야할 필요성이 있는데, 파월 의장은 비상식적인 ‘악수’를 두었다. 재무부 장관의 책임도 물을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식파동은 트럼프에 대한 정치 불신의 산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어쩌면 임기 중에 하원의 탄핵에 직면할 지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탄핵한다면 주식가격이 엄청나게 폭락할 것이다” 라는 엄포성 발언이 일찌감치 현실화된 기분이다. 지금 트럼프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관세 문제로 중국과 냉전 상태다.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의회의 야당과도 적대상태를 빚어 정부가 ‘셧다운’됐다. 며칠전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 철수문제로 트럼프와 충돌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퇴장도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를 괴롭히는 ‘3개의 M’이 있다는 분석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1,Military밀리타리;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군 출신 참모들의 퇴장. 2, Mueller 뮬러특검;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에 대한 수사 막바지 단계. 3, Media;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의 날선 공세 등을 말한다. 그렇다면 주가는 언제 반등할 것인가? 답변은 트럼프가 해야 할 것이지만, 그는 3M으로 약축되는 인사정책의 혼란, 떳떳치 못한 러시아 스캔들, 공신력이 있는 미디어를 ‘가짜뉴스’라고 언론계와 갈등을 빚는 막가파식으로 나가고 있다. 이와같은 ‘트럼프 정치’는 경제마저 발목을 잡고 있어 리세션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주식이 폭락하자, 이 때가 투자의 좋은 기회이니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포스트 크리스마스’ 시장은 망령을 부렸다. 다우는 1086 포인트, 약5%가 폭등, 22,0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은 6%가 뛴361포인트, S&P는 5% 상승한 116포인트가 상승했다. 하지만 올라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널뛰기 같이 미친 증시는 시장의 불안을 안겨주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이다.

교착상태 빠진 비핵화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비핵화 사업도 상호 불신에 의한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 2018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만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2년은 ‘질풍노도’와 같은 시대였다. 우리세대는 일제강점기, 해방, 동족상잔의 전쟁, 냉전, 혁명, 쿠데타, 군부독재. 한강의 기적 등등 어마어마한 격동기를 지나왔다. 특별히 지난 2년 동안에 우리가 겪은 민주와 평화 지향의 대장정은 우리가 살아서 생동하기 때문에 감당하고 누릴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촛불혁명, 앙시안레짐(구체제)을 타파하고 선택한 진보 대통령, 올해 벽두 핵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경천동지의 김정은 신년사, 이어서 일련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를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CNN 방송은 올해 좋은 뉴스 중 남북정상회담을 1위로 꼽았다. ‘타임’ 잡지는 ‘올해의 인물’로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얼굴 뒷모습을 크게 보도 했다.

4월17일 문재인과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 6월12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 9월18일 남북정상의 평양회담까지 북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정착 프로세스는 잘 나가는 듯 했다.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운위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었을 뿐, 구체적인 실속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고, 10월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평양방문 이후 비핵화 협상은 상호 불신으로 인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체제를 보장해 줘야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소위 말하는CVID를 먼저 하라고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평양회담서 약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한국방문을 무산시켰다. 약속은 지켜져야 신뢰할 수 있는데, 북한은 이렇게 쉽게 약속을 깨는데 문제가 있다. 잘 살기위한 개혁 개방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핵을 가질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김정은의 말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핵과 핵폭탄 폐기의 전시효과적 시늉만 냈을 뿐, 어거지 핵시설 폐기가 고작이다. 그들은 실험장 몇 개 닫았을 뿐, 핵무기 하나 없애지 않았다. 비핵화 시간표와 핵시설 및 핵보유 리스트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도 않고 있다.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어려움도 여기에 있다.

구름은 잔뜩 끼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는 대통령 혼자 하는 역사(役事)가 아니다. 국내외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대망의 2019년에는 남북을 연결하는철마 (鐵馬)처럼 힘차게 기적을 울리자. 이것이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적폐청산, 경제건설 과제가 그의 정직하고 굳센 의지로 중단없이 진행되도록 힘을 보태자. 황금돼지띠 새해에 올리는 간절한 기도다.

시카고타임스 주필

육길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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