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세계 경찰 역할 이제 그만”

트럼프…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노선에 종언을 선언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분쟁지역의 미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호구(sucker)’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의 달라질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역설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동맹 이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3시간 반 정도 머물며 장병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분쟁지역 방문을 꺼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이후 크리스마스에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왔다.

25일 야간 항공편으로 예고 없이 이라크 주둔기지를 찾은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미군의 작전을 연장해달라는 장군들의 요구를 거부했으며 앞으로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에는 5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첫 해외기지 방문이라는 의미와 시기 때문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미국이 보상도 못 받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을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며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 비용 또한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며 이제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독일 람스타인 공군기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동행한 기자들에게 “우리의 군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이건 사실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 미국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중동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의 부자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도 했다.

이날 발언은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발표 및 이에 반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온 이른바 동맹국 ‘무임승차론’의 비판 수위를 어느 때보다 끌어올렸다는 점을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에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첫 이라크 방문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런 정책 방향은 시한이 다가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줄줄이 연기 혹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결정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선 공약을 하나씩 실행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대선후보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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