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기의 재판: 게이시 (John Wayne Gacy) 연쇄살인 사건

오늘은, 최초의 여성 시장을 탄생시킨 시카고 정치 지각 변동에 대한 복잡한 사정은 잠시 접어두고, Amber Alert (‘엠버 경보’ 일명 ‘황색 경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왜? 오늘 아침 핸드폰에 울린 엠버 경보로 인해 미 최초의 실종아동 경보를 가능케 한 시카고에서의 한 재판이 생각났기에.

많은 한인들도 라디오, TV, 인터넷, 셀폰을 통해 여러 번 받아 보았으리라 싶은 ‘엠버 경보’의 공식 명칭은 America’s Mission: Broadcast Emergency Response (AMBER), 또는 Child Abduction Emergency이다. 일반 대중에게 이 경보 시스템의 명칭은, 1996년 1월 17일 텍사스 (Arlington, TX) 집 근처에서 오빠와 자전거를 타며 놀다가 유괴되어 나흘(4일) 후 시신으로 발견된 9살의 엠버 해거만(Amber Rene Hagerman)양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지로, 해거만 양이 백주대로에서 강제로 유괴되었을 때 이를 목격한 이웃 주민과 오빠가 부모에게, 그리고 부모는 경찰에 유괴 사실을 곧장 알렸지만 경찰은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하였다. 어찌해서? 그때까지, 텍사스경찰은 유괴 신고 접수 후72시간이 지나서야 수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72시간이면 3일인데… 해거만 양의 시신은 유괴된 장소에서 5마일 떨어진 곳에서 4일 후에 발견되었고. 해거만 양의 부모는 왕성한 로비를 펼쳐 1996년 말 텍사스 주에 일명 ‘엠버 경보 플랜’을 가동시켰다. 2000년 10월 연방국회가 전국적인 엠버 플랜 동참을 적극 권유하면서 전 미국과 세계의 호응을 얻은 엠버 경보는 아동(18세 이하)의 유괴를 신속하게 대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이미 1984년 Missing Child Recovery Act (실종 아동 구조법- MCRA of 1984)이 입법화되어 경찰의 재빠른 대응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텍사스보다 12년이나 앞서 경찰의 72시간 유예 규정을 없애 버린 이 일리노이 주법은 1980년 2월 6일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시카고로 집중시킨 존 웨인 게이시 (John Wayne Gacy) 연쇄 살인 공판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에서 최초였던 이 법안은 1980년 공판에서 게이시의 변호를 맡았던 아미란티 (Sam Amirante) 변호사가 제안한 것으로 아동 (18세 미만)의 실종 신고를 접한 경찰은 곧바로 수색을 시작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어쩌다가 게이시의 변호를 맡았던 아미란티는 게이시에 의해 살해된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가족/친지들의 재빠른 실종 신고에도 불구하고 ‘72시간’ 이라는 규정때문에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1978.12.20. 36살의 게이시는 1972. 정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남자 틴에이저33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는 데, 자신이 살해한 틴에이저들의 시신을 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971년 8월 입주한 8213 W. Summerdale Ave. Norwood Park (놀우드 팍) 자신의 집 마루 밑 (crawl space)에 파묻은 것으로 밝혀져, 완전 엽기 연쇄 살인자로 미 범죄역사에 이름을 올린다. 마지막 피해자 5명의 시신은 집 근처의 데스플레인 강에 던져버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중 4명의 시신만 찾았다. 이쯤 되면, ‘게이시는 완전 외톨박이 싸이코 패스 (psychopath)’로 치부되지 않았을 가 싶은데, 체포 전까지 주위의 사람들에게 비쳐진 게이시는 커뮤니티 특히 시카고 폴리시 커뮤니티 리더의 모습이었다.

게이시는, 1972.7.1. 두 번째 결혼도 했고 (1976년 3월 이혼), 1978년까지 20만 불 자산의 리모델링 회사 (Painting, Decorating, and Maintenance- PDM Contractors) 를 소유/운영하였고, 대통령 경호원(Secret Service) 자격을 획득했고 (당시 영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와 1978년 5월 시카고의 폴리시 퍼레이드애서 찍은 사진에 대통령 경호원 배지를 달고 있다), Pogo the Clown (어릿광대 포고)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였고, 그림을 그려 여러 커뮤니티 기관에 기부했고, 많은 자선행사에 적극 동참했고, 이웃 주민들에게 1974년 여름부터 성대한 파티를 열어 주었고, 시카고 민주당원으로 또 놀우드 팍 타운십 정치에 참여하여 시카고 정치머신의 놀우드 팍 지역구 캡틴이 되었다. 또한 게이시는 1975년부터 1978년까지 시카고 폴리시 축제인 폴리시 퍼레이드를 디렉터로 기획/운영하였다. 게이시가 이렇게 열심히 커뮤니티 활동을 하였기에, 오랜 기간 저지른 살인과 자기 집에 시신을 묻기를 감쪽같이 은폐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게이시에 의하면, 1975년을 전후해서 자신의 회사(PDM Contractors)는 밀려드는 리모델링 계약으로 인해 일용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건장한 틴에이저들이 모여든 것은 당연지사. 게이시는 알바 기회를 미끼로 틴에이저들을 자신의 차로, 아니면 집으로 유인, 수면제를 듬뿍 묻힌 마스크로 실신시킨 후, 5피트 9인치 230파운드 거구의 게이시 자신이 그들에게 남색(sodomy, gay)행각을 벌이기도 하고, 정신이 깨어 반항하는 틴에이저들에게는 수갑을 채우고 협박/강요하기도 하고, 끝내는 살해하여 자신의 집 마루 밑에 매장을 하였다. 게이시는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공판 내내 자기가 살해한 33명은 모두 동성애자로 ‘사회의 악’ 이었기에, 미국사회가 오히려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아전인수도 분수가 있지…

게이시의 이런 엽기 살인 행각은 1976년 3월 이혼하면서 급속히 빈번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도 1976년 2월까지 같은 집에서 살았던 게이시의 2째 부인이 이런 사실을 도통 눈치채지 못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게이시는 살인행각을 결혼 전인 1972년 1월 2일 자신의 집에서 시작하였고, 결혼 생활 중에도 지속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 이라고, 1978.12.11. 오후, 게이시의 마지막 피해자, 15세 피스트 (Robert Piest)는 어머니에게 건축 일 알바를 주겠다는 사람을 만나고 곧 돌아오겠다며 외출한 후에 실종되었다.

그 몇 시간 전, 게이시는 피스트가 알바를 하고 있던 데스플레인의 한 약국에 나타나, 자신의 회사는 알바들에게 시간 당 $5 임금을 지불한다고 떠벌렸다. 피스트의 가족과 함께 약국을 찾은 데스플레인 경찰이 이 사실을 알고 게이시에게 질문을 퍼붓는 데, 2명의 틴에이저들이 알바를 위해 자신을 찾아왔는 데, 피스트 같은 틴에이저는 본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뗀다. 12.13. 판사의 수색허가서를 쥐고 경찰이 게이시를 다시 방문하였을 때 그는 똑같은 발뺌을 한다. 그리고는 무죄한 자신을 괴롭힌다고 데스플레인 경찰을 상대로 75만 불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12.20. 이 민사소송을 의논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게이시 느닷없이 피스트 살해 자백을 시작한다. ‘이게 무슨 일?’ 어안이 벙벙한 변호사들 경찰을 입회시키면서 희대의 게이시 연쇄살인 사건의 추악한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후에, 게이시는 자신의 자발적인 구두 (verbal) 자백이 강요된 것인 양 호도하며 사형집행 폐기 상고를 한다.

게이시는 1980년 3월 12일 유죄 판결과 함께 1980. 6. 2. 사형집행이 언도되었는 데, 14년간 끈질기게 상고(appeal)를 거듭하였다가 1994년 5월 10일 드디어 사형되었다. 분명 게이시는 심각한 조울증 (manic, bipolar) 환자가 아니면 기막힌 천재(?)가 아니었나 싶다.

1978년 12월 22일 시작된 현장검증으로 게이시의 집 마루 밑 공간에서 피해자 시신이 하나씩/둘씩 발견되는 것이 방영될 때마다 전 세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럴 수가!’ 깊은 한숨을 토하였고, 잠잠했던 ‘범죄의 도시 시카고’ 악명은 다시한번 치솟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가끔은 이 게이시 연쇄살인 사건도 빌란딕 재선 실패에 한 몫 하지 않았을 가?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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