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리와 마이크

유리는 우리내외의 딸이고 마이크는 유리의 남편입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 살고 20개월된 딸아이와 “나쵸”라고 부르는 강아지가 있어서 4인(?)가족입니다. 걔네들은 분명히 나쵸를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하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무심코 강아지를 나무래면 언짢아 합니다.

지난번 방문시, 반갑다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개를 야단쳤다가 딸아이한테 한소리 들었습니다. 작은 문화적 충격이었죠.
대학시절 같은과 미국청년을 만나 몇년동안 연애하다가 결혼했습니다. 우리같이 타인종과 결혼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요즘 많습니다. 피할 수 없는 물결이지요. 본인들 좋다는데 반대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분들은 결사반대를 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흘러가는 강물이 막아지나요? 아무리 둑을 높이 쌓아도 결국은 흘러 넘쳐가기 마련입니다. 아니면 부작용이 생기지요. 아주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안하는 수가 있다던가.

유리와 마이크는 같이 겪은일이 많습니다. 뉴올린스에서 대학을 나온 후 뉴욕으로 옮겨가서 제대로 된 잡을 얻을 때까지 짭짤하게 고생을 한 시기도 있었고 여기 저기 아파트를 옮겨다니며 여러가지 풍파를 같이 넘었습니다. 요즘 평균적인 미국젊은이들이 살아가며 닥치는 온갖 세파를 잘 견뎌내더니 드디어 아기를 낳고 가족을 만들어가는 모양이 우리로서는 고맙지요. 걔네들이 사는 아파트 큰길 건너편에 “프로스펙트 파크”라고하는 커다란 공원이 있습니다. 숲이 무성하고 큰 호수도 여기저기 있고 풍상에 젖은 구조물들도 잘 배치되어 있어 아름답고, 날씨가 좋으면 사람으로 바글거려서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걔네들 아파트 뒷쪽은 기찻길입니다. 5층에 살지만 기차가 지나가면 천둥치는 소리가 납니다. 방 하나에 살다가 아기가 생기며 두개짜리로 옮긴다는것이 기찻길 옆이 된거지요. 갓난애도 있는데 왜 하필 기찻길옆이냐고 할까하다가 입을 닫았습니다. 뉴욕의 살인적인 렌트값을 알면서 할소리는 아니지요. 유리는 대학 졸업 후 바로 뉴욕으로 가서 오늘까지 십수년을 저혼자 살아왔어서 그런지 자립심 하나는 알아주겠는데 우리와 지속적인 대화의 창이 막혔어서 때때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가 너무 미국식이라 위화감이 느껴지는거지요. 한국친구는 고사하고 친한 아시안 친구도 하나없이 백인들 속에서 외딴섬처럼 사는 모양을 멀리서 지켜 보노라면 씩씩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때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몇년전 돌아가신 선배 한분이 아들의 결혼문제에 부딪쳐 백인 며느리 보기를 결사반대하신 이유가 친가쪽 모임이나 처가쪽 모임때 모두 온통 백인뿐인, 또는 한국 사람들 속에 불쑥 낯선 인종이 하나 끼어있을 그림이 그렇게 싫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지극히 미국스러워 지기를 바랐습니다만 세월가며 때때로 딸아이의 미국스러움이 당황스럽기도하니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이크는 청국장을 좋아합니다. 낚지볶음도 좋아합니다. 한국여자랑(한국계 미국여자라고 해야 맞겠지요?)사는 건 그렇다치고 저 아이는 무슨 팔자에 제 장인도 싫어하는 청국장을 저렇게 좋아하는고?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걘 그 냄새가 좋고 맛있다고 합니다. 마이크는 조용하고 성실합니다. 제 몸이 바쁘고 피곤해도 아내가 원하는 건 되도록 다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개 치다꺼리는 물론이고 애엄마가 직장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면 아기 치다꺼리도 솜씨있게 하고 일도 열심히 합니다. 스트레스 많겠지요.

학교시절엔 둘다 꿈도 많더니 이젠 에미 에비가 되어 톱니바퀴같은 일상에 매달려 삽니다.

이민와서 열심히 일하면서 애들 키웠던 기억도 이젠 희미합니다만 우리 아이들이 겪어가는 오늘의 삶이 어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를 건너가며 되풀이 되는 삶, 반복되는 생, 뭐 그런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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