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식 사랑

한국에서 대박을 친 “스카이 캐슬”(Sky Castle)이라는 드라마(20부작, 금토 드라마)를 보며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대학입시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밀도있게 그린 이 드라마는 회를 거듭하며 궁금증이 증폭되어 후반부에 이르자 마치 스릴러 드라마같은 긴장감으로 기다리게 되었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극상층이 사는 부촌에, 이웃한 네 가정의 이야기인데 자식들을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돈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집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엮어낸 드라마이다.

자식의 서울의대 합격을 위해 수십억씩을 쏟아 부으며 입시전문 코디네이터까지 고용하는 가정, 철저하게 시간관리를 하며 자식을 사육하는 가정, 딸을 13세 어린나이에 조기유학을 보내고 5년후 하버드대에 합격했다는 딸의 거짓말에 속았다가 결국 풍지박산하는 가정 등, 물론 드라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토리 전개가 과장된 면이 있다고는 하겠으나 자식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부모자식간의 갈등과 감정의 기복등이 강렬하게 연출된다.

아들아이가 16세때였던가, 생전처음 몹시 때렸던 적이 있다. 나야말로 아이의 장래(좋은대학에 보내려고)를 위해서라는 정당한 이유(?)로 매일 아이의 숙제를 채근했는데 어느날 밤 10시가 되어도 숙제는 않고 딴짓을 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서 재촉을 했더니 저 혼잣말로 무슨 욕같은 말을 하였다. 문득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이라는 직감이 들어 따졌더니 가타부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순간 성질이 솟구쳐 한대 후려 갈겼더니 아이가 부엌에 있던 자동차 키를 가지고 잽싸게 밖으로 내빼는게 아닌가?

운전을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가 흥분상태에서 차를 몰고 나가면 어찌 되겠는가? 쫓아나가 아이와 몹시 실랑이를 한 흑역사가 있다.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하고 이해심 많고 지적인 아버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거에 나 자신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이 부끄러운 역사를 얘기하는 것은 젊은 엄마 아빠들이 나같은 실수를 안했으면 해서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아이와의 사이가 한동안 어려웠었는데 결국 내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아버지의 권위를 남용하였다는 자책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이민세대의 아버지였기에 저지를수 있었던 실수였다고 하면 핑계일까?

누군들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자식사랑이 기본이 되어 벌어지는 온갖 드라마를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본다. 자식과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 등, 우리가 살며 겪는 많은 갈등들이 자식문제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자식교육문제로 싸우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잠간 멈추어 생각해 보면 “자식사랑”보다는 “자식자랑”때문에 부모 스스로 갈등의 씨앗을 만드는 수가 많다. 한국문화속에서 살아온 우리 이민세대 부모들이 자식과 나를 동일시 하는 것은 어찌보면 헤어날 수 없는 수렁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미국부모들이 아이가 대학을 가는 것을 기점으로 독립된 인간으로 대우해 준다고 하면, 우리는 보통 결혼해서 분가할 때까지 끈을 놓지 못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온갖 참견을 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미국에 산 세월이 겹겹이 쌓이며 많이 미국화 됐다고 하지만 우리의 이 끈끈한 정의 문화는 여간해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자식에 관한한 양보가 없다. 자식자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에서 부터 시작하여 몇살에 걷기를 했고 말하기를 시작했으며 학교에서 무슨 무슨 상장 받은 것, 고등학교는 어디를 다녔고 대학은 어디를 나왔으며 대학원은 어디서 나왔고 직장은 어디고 결혼식엔 얼마를 들였고, 며느리는 뉘집 딸, 사위는 어느 학교 나와서 직장은 어디고 등등,

은근히 또는 내어놓고 자식자랑들을 한다. 자식은 나의 분신이니 자식이 잘되는것은 나의 성취요 자랑이다. 나무랠 일 아니다. 그런 자랑 그런 기쁨 없으면 무슨맛에 살겠는가?

그러나 그 자랑꺼리를 만들기 위해 자식의 소질이나 능력, 적성 등을 무시한 채 부모의 원하는 바를 자식에게 강요하여 자식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때때로 모임에서 뜬금없이 자식자랑하는 사람들을 본다. 가까운 사람들끼리야 자식 키우는 얘기 나누다가 잠간 자랑도 할 수 있고 서로 기뻐해주고 할 수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삼가해야 할 일이다. 초년고생 하다가 중년에 돈좀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들이 조강지처 버리고, 젊고 예쁜 새마누라 얻어 자랑거리로 데리고 다니는 것을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고 하는데, 자식이 자신의 트로피가 되길 강요해서야 되겠는가? 긴 인생길에 사람이 항상 잘 나간다는 법도 없고,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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