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판문점 선언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남북정상회담 결과
핵동결, 전쟁공포 벗어나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한 땅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선언문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라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이루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같은 뜻깊은 선언 이후, 북한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이다. 또 싱가포르 선언의 하나인 50여 명의 전쟁포로와 실종자들의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했다. 그리고 이번 주일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의 상봉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단장(斷腸)의 비극을 드라마 보듯 지나칠 수는 없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남북 체육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게임에는 카누, 여자농구, 조정 등 3개 종목 남북 단일팀이 한겨레의 이름을 걸고 선전하고 있다. 최근 평양서 열린 국제 유소년축구대회를 참가하고 온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평양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나게 전했다. 그는 2008년 MBC 사장으로 뉴욕필 평양공연 때 북한을 방문하고 10년만에 다시 찾아간 평양은 엄청난 개혁개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가 많이 생겼고, 고층에 외벽도 다양한 색깔을 지닌 건물이라고 했다. 현대식 상점들이 늘었고 택시도 증가했다고 한다. 전기 사정도 나아지고 공장 가동도 활발했다고 전했다. 만경대 공연 때 체제선전의 정치색도 사라졌단다. 무엇보다 외국 관광객이 많았는데, 호텔 음식이나 서비스가 국제 수준급이라 놀랐다. 북한이 관광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평남지역 온천구역 시찰 모습이라든지, 원산 갈마해안 건설장, 백두산 인근 삼지연 건축장에 자주 나타나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AP 통신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두산을 하이킹하며 야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보도했다. 첫 여행객은 호주 여성 2명과 노르웨이 남성 2명으로 5박 6일 일정의 백두산을 올랐다. 미국인은 북한여행을 금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방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대의 금강산 관광 재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의 GP도 단계적으로 철수키로 했다. 장단과 파주 등지의 땅값이 뛴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것은 한반도에 평화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상징적인 조짐이라고 하겠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 것이 아니다. 평화의 사도 비둘기 떼가 몰려오는 변화의 시작이다. 그 동안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와 공포로부터 찾아온 안도의 자유는, 문재인과 김정은이 창조한 새 역사의 크나큰 선물이다.
우리는 남북 정상이 어렵사리 이룩한 이 판문점 정신을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된다. 2018년 4월 27일은 분단 역사의 기원 전과 기원 후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국내외 8천만 한민족은 다시 오지 않을 하늘이 준 이 기회를 통일의 그날까지 잘 살려 나가야 할 시대적인 사명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평화 구축의 첫삽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한국은 이미 북한이 경계하고 싫어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했으며, 5월 24일 북한은 한국 ,미국 등 5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형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선제적으로 비핵화 조치의 첫걸음을 내디뎌 6월 12일 김정은과 트럼프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하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트럼프는 예정돼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 한다고 전격 발표를 했다. 이유는 북한의 적대감과 분노로 싱가포르회담을 열기에는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큰 틀의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협정 문제를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서 해결하라고 떠넘긴 문재인 대통령은 다급해 졌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예정됐던 가을의 평양회담을 앞당겨 부리나케 판문점을 찾아가 김정은과 2차정상회담을 열고,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성사시킨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와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는 국민의 80% 지지를 받았으며, 트럼프와의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은 빛좋은 개살구처럼 만남 자체에 의미가 부여됐을뿐, 쌍방이 모두 실속 없는 공허한 회담이었다.
공동설명서는, “1, 두 나라는 평화와 번영에 부합되게 새 관계를 설립하는데 노력한다. 2, 미북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한다. 3,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북은 전쟁포로와 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미국으로 송환할 것을 약속한다”는 형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디에도 미국이 주장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나 종전선언에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고 실패한 회담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말하자면 옥동자를 기대했으나 사생아를 낳았다. 비핵화의 현실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과정’이며 싱가포르 회담은 그 시작으로서의 의미 부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북, 비핵화 리스트 만들고
미, 종전선언 접근해야

그 동안 교착상태의 북미회담의 타결을 위해 북한을 3번 방문하고, 이제 곧 4번 째 평양방문을 앞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역할(압박)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초미의 관심거리다. 우선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와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개성 연락사무소 개설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종전선언을 할 준비가 안된 상태다. 비핵화 진전 없이는 종전선언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이 종전선언으로 체제보장을 해줘야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문제는 아직도 쌍방이 서로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데 있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을 위한 패키지 중재안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평양을 방문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에 기대를 걸고 싶다. 이러나 저러나 올 9월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를 가를 전환기적 시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길
누구도 되돌릴 수 없어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돌아서기엔 이미 ‘루비콘 강’을 넘었다. 각종 규제와 고립 속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김정은은 핵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국내외적으로 사방에 너무 많은 적을 만든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문제만이라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북은 교전 상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핵무기를 신고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한다. 미국은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타당한 말이다.

이렇게 핵폐기가 먼저냐? 종전선언이 먼저냐? 제로섬(zero sum) 게임은 문제 해결 방법이 못 된다. 서로 신뢰를 갖고 핵폐기의 정확한 정의(定義)를 내리고, 단계적으로 ‘기브 엔드 테이크’하면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제안처럼 핵폐기와 종전선언을 분리가 아닌, 한데 묶는 것도 문제 해결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패키지 중재안’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어떤 묘수를 쓰든 이제는 소위 ‘통큰’ 인물 둘이 의기투합하여 큰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먼저 져주는 사람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카고타임스 주필

육길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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