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담 숲과 성수동

혹시 한국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면 여행 스케쥴에 넣어보시면 어떨까? 정보차원에서 화담 숲과 성수동에 관해 써본다. 화담 숲은 개장한지 10년 남짓이라 경기도권에선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고 성수동은 지난 수년간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해서 특색 있는 카페와 식당, 운치있는 술집, 갤러리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 곳으로 홍대 앞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지역이다.

핑계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형님의 삼우제를 끝내고 시카고로 돌아오기 전 며칠간의 여유시간이 있어 마침 묵고 있던 광주시 도척 면에 있는 조카의 주말 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곤지암 리조트에 위치한 화담 숲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조카내외가 자기들도 아직 가본 적이 없지만 유명한 곳이라고 한번 가보시라고 하였다.

곤지암 리조트는 LG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콘도와 스키장이 있는 리조트이다. 그리고 화담 숲은 리조트 뒷쪽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원지형과 토대를 그대로 살려가며 다양한 테마의 정원과 산책로를 배치한 수목원이다. 41만평에 달하는 산자락에 구비구비 돌아가며 5킬로에 달하는 데크길(목재로 바닥을 마감한)을 깔고 철재 난간을 설치하여 산책객들이 안전히 걷기 편하게 배려하였고 노약자나 걷기에 자신없는 관람객들을 위해 세 군데에 정거장을 설치한 모노레일도 가동하고 있었다. 절정의 단풍시즌을 비켜나고 있었으나 아직 현란한 색조들을 모두 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산세들이 “웬일이야 이런 곳에?”싶게 처연히 버티고 있었다. LG 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이 수목원은 15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000여 종을 전시하고 있는데 겨울동안에는 관람이 중지된다. 봄 여름 가을 3 계절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는 이번 방문에서 보여준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미루어 짐작이 가는데, 특히 봄철에는 황홀한 꽃동산으로 변한다고 한다. 미국의 산세와는 달라서 부드럽고 온화한 능선들이 스키장을 둘러싸고 있고 자연스레 배분된 단풍 색깔들이 어찌 그리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거기에다 기존 계곡물을 이용한 인공폭포, 대형 잉어들이 노니는 연못들, 낙차를 이용해 군데 군데 설치된 물레방아들, 분재정원, 소나무 정원, 이끼정원, 한국 전통식의 담을 끼고 걷는 산책로 등 시카고 근교의 보타닉 가든과 몰톤 수목원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식 정취가 가득한 이 수목원은 마지막 단풍구경을 나온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전체적인 관람시간은 도보로 두 시간 남짓이고 그럴만한 때면 눈에 띠는 조용히 위치한 청결한 화장실 등, 관리에 세심히 신경 쓰고 있음이 보였다. 어린이들이나 어른들에게도 추억 속에나 남아있는 한국의 민물고기들, 송사리, 모래무지, 불거지, 메기, 남생이 등을 볼 수있는 민물고기 생태관과 곤충생태관도 교육적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목원 입구에 위치한 한옥 주막에서 원앙 연못을 바라보며 맛보는 막걸리와 빈대떡, 도토리묵 등도 한국에서나 맛볼 수 있는 정취다. 차를 이용하지 않고 가려면 강남에서 경강선을 타고 40분정도 걸리는 곤지암 정거장에 내려 택시를 타면 15분정도 걸리려나? 차로 갈 경우는 용인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로컬도로를 타야 하는데 네비(Navigator)가 잘 인도할테니 무슨 걱정이랴. 용인의 민속촌은 역사가 오래고 잘 알려져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찾는 곳이지만, 화담 숲은 개장한지 이제 10년남짓하나, 이미 그 교육적 의미나 구경거리로서의 가치가 입증되어 방문객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화담 숲에 대해 들었을 때는 재벌기업이 돈 벌려고 별걸 다한다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전체적인 디자인과 수목원을 꾸미는데 들인 공력과 경비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싶고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되고 있음이 눈에 보이는데다 젊은 직원들이 많이 보여 고용효과도 꽤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지난 5월 타계한 구본무 엘지 회장이 왕릉갚은 묘역을 조성하지 않고 화담 숲에 수목장을 했다는 것도 인상깊었다. 그의 생전에 한국의 장묘 문화 개선 의지가 강해 이미 20년 전에 자기가 죽으면 수목장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입장료 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성수동은 내가 미국오기전 살던 동네인데 미디어와 소문을 통해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내가 살때만해도 주로 주택지역이었던 곳인데 그후 40여년간 각종 공장들과 창고들이 들어서면서 주거지역과 경공업체들이 혼재된 지역으로 바뀌었다. 크고 작은 인쇄소들, 자동차 부품공장들, 정비업소들, 특히 피혁제품, 구두공장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90년대이후 인쇄업체들은 파주로 빠져나가고 부품업체들은 산업고도화로 침체기에 빠져들어 속속 빈공장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홍대거리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싼 임대료를 찾아 젊은 벤쳐사업가나 예술가들, 사진작가들, 카페, 꽃집, 공방, 음식점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들어와 조심스레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성수동은 아직도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서울변두리 특유의 날림빌딩들과 고만고만한 중서민 주택들이 뒤섞여있어 고풍스럽기는커녕 그럴사한 빈티지 모양새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틈새에 여기저기 분위기가 그럴사한 카페들이 박혀있고 개성있는 카페들과 식당들이 밀집한 지역이 생겼는데 그 거리를 성수동 카페거리 라고 한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성수역 3번 출구로 나가 10분정도 걸으면 대림창고라는 유명한 카페가 있고(물어보면 다안다) 그 카페 바로앞길의 이면 도로가 성수동 카페거리이다. 그런데 지금 성수동뿐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가 바로 대림창고이다. 3번출구에서 걸어올라가다보면 멀찌기 대림창고라는 세로글씨의 한글간판이 튀어나와 있는데 정말 창고간판같다. 너무 평범한 모양새라 거기 카페가 있을것같지가 않다. 입구도 그냥 오래된 창고입구이다. 입구에서 입장료 만원을 받는다. 음료한잔을 포함한 가격이다. 무슨 클럽도 아니고, 카페에 들어가길 입장료씩이나? 했는데 워낙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고 들어오건 나가건 들어와서 하루종일 앉아있건 상관하지않는 분위기라 업소측에선 일단 커피한잔은 팔고보자는 계산이겠다(아메리카노 한잔에 오천원). 무엇보다 인상적인것은 카페의 크기이다. 한때 정미소였다기도하고 무슨 물류창고였다기도하는 광활한(?) 실내에는 일단 어디에고 기둥이 없다. 30피트이상 되어 보이는 드높은 천장과 만 스퀘어피트는 되어보이는 실내가 우선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상당한 규모의 조각품이 버티고 있다(무슨 폐기된 공장기계같은). 오른쪽으로 기다란 카운터에 많은수의 종업원들이 커피와 쥬스 만들기, 서빙으로 부산하고 주문을 하려고 늘어선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모양새가 꼭 같지않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여유있게 배치되어있고 홀 중앙쯤엔 길이가 족히 30피트는 됨직한 통판 원목 테이블이 자리잡고있다. 낯선 사람들이 사이좋게 둘러앉아 각자 자기들 시간을 보낸다.

거친 시멘트벽면에는 여기 저기 선반을 달아 그림과 조각품등 현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름하여 갤러리 카페라고, 한국에서 요즘 트렌드가 되고있는 모양새다. 들어가면서 보이는 오른쪽과 왼쪽홀을 분리하고 있는 길다란 벽이 결국 이 황당하게 넓고 높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왼쪽홀도 똑같이 만 스케어피트가 되어 보였다. 여기는 뒷켠에 키친이 있어 브런치를 서브한다. 2층에도 아담한 사이즈의 방이 있고 여기도 젊은이들로 꽉 차있다. 실내벽면은 옛공장 시절대로 거친 시멘트 마감이고 바닥은 실런트만 입힌 콘크리트이다. 이런 종류의 카페나 인테리어가 여기만 있는것은 아니다. 낡은 과자공장을 개조하여 쇼핑몰로 탈바꿈해 명소가 된 뉴욕의 첼시마켓이나 브루클린 여기저기서 비슷한 콘셉트의 리테일숖들과 카페들을 보았지만 대림창고는 우선 그 사이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훨씬 내놓고 거칠다. 디자인을 한건지 만건지 분간이 않가게 어쩌면 조야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대로 밀어부친 업주의 뱃장과 안목(주인이 서양화 전공의 공간 디자이너라고)이 시대의 흐름을 꿰어찼다고 해야할까? 하루 천명, 연간 40에서 50만의 손님들이 거쳐간다고 하니 시쳇말로 대박을 쳤어도 단단히 쳤다고 해야겠다.

또 한군데 성수동에서 유명한 곳이 어니언이라는 카페이다. 대림창고에서 멀지않은곳에 있다. 주택들과 공장들이 공존하는 이도 저도 아니 골목속에 자리잡은 이 카페는 커피와 쥬스종류뿐 아니라 자체에서 구워내는 베이커리가 유명한데 줄을서서 기다려야한다. 대림창고와 비슷한 콘셒트의 인테리어이지만 대림의 크고 높은 공간과는 대비되는것이 요구석 조구석 은밀한 작은 공간들이 있고 기존의 벽돌 벽들을 여기 저기 알맞게 오픈해서 통판유리로 칸막음을 하여 투명한 공간을 마련한것등 훨씬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어 낸것이 다르다.

1970년대에 지어져 세월의 부침속에 슈퍼였다가 식당이었다가 가정집으로 탈바꿈했다가 정비소로, 공장으로 주인이 바뀔 때마다 필요에 의해 허물기도 하고 덧대기도 하며 되는대로 50년을 견뎌온 누더기같은 건물을 두 젊은 공간 디자이너(Fabrik)가 살려내어 지금 서울에서 대림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유명 카페가 되었다. 내국인들과 인터넷 블러그를 통해 알고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이 두 카페는 지금 성수동을 벗어나 국제적으로 (동남아에서 특히) 유명한 방문지가 되었다. 성수동은 또 수제화 거리로 유명하다. 구두가게들이 유난히 많은데 명동과 염천교 일대에 밀집해 있던 수제화 가게들이 싼 월세를 찾아 성수동으로 옮겨오면서 한국 수제화의 메카가 되었다. 전국 수제화의의 70%가 성수동에서 제작된다고 하니 수제화의 메카임이 틀림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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